◇…한 번도 동포 간담회 같은 데 가고 싶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워싱턴DC 간담회, 베를린 간담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문제는 저런 데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 누가 불러주지도 않고... 하긴 막상 오라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 그냥 달려갈 것 같지도 않지만...
◇…미국에서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참배도 그렇고, 이번 윤이상 선생 묘소 참배도 그렇고,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벤트 기획이 참 치밀해 보인다. 좋은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으면 그걸 살려내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이번에는 김정숙 여사가 음대 출신이라는 것까지 끌어들였다. 통영의 동백나무 식수 또한 범상치 않은 일. 38년 동안 고향 땅 밟지 못한 예술가의 묘소에 고향의 나무를 심는다는 것. 이리저리 생각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
◇…이상하게도 나는 윤이상 작곡 노래를 많이 부르는 학교를 다녔다. “보아라 우리 선수 용맹도 하다~”로 시작하는 양정고 제2응원가가 윤이상 작곡이다. 이걸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고교 입학 후 음악 시간에 응원가를 배우는데, 음악 선생이 작곡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윤이상이라는 아주 유명한 작곡가가 독일에서 활동 중이다, 오페라 <심청>을 공연했는데 기립 박수가 30분 이어졌다, 그렇게 유명한 작곡가가 만든 곡이니 알고나 불러라... 그리고는 한 마디 엄숙하게 덧붙였다. “이 얘기, 밖에 나가서 절대로 하면 안 된다. 큰일 난다. 그냥 이렇게 유명한 작곡가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라.” 왜 큰 일 나는지 듣지 못했으나 그냥 눈치로 대충 알 수 있었다. 나증에 들은 것 같은데, 윤 선생이 독일로 가기 전 양정고에서 잠깐 교편을 잡았다고 했다. 검색을 하니 응원가가 올라 있다. 윤이상 음악, 감상해 보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BSOffsWz1So ◇…그런데 대학에 갔더니, 이번에는 응원단에서 윤이상 작곡 노래를 가르쳐준다. 응원단이 나눠주는 팸플릿에 교가와 응원가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교가 작곡가를 보니, 고등학교 때 응원가를 작곡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응원단에서는 아무도 교가 작곡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마 아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작사자인 조지훈 시인이야 말 안 해도 아는 거고. 나는 막 떠들어대면서 잘난 척했다. 음악 선생이 밖에 나가서 말하지 말라는 걸, 고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말했다. 아니, 처음으로 말할 기회를 잡았던 거다. 아마도 우리 학교만큼 교가를 많이 부르는 대학은 한국에 없을 것이다. 다른 학교 출신들은 자기네 교가를 알기나 하나? 토론토에 와서 대학 동창회에 나갔더니, 어느 선배가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교가는 많이 부를수록 좋은 거야.” 나는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았다. ◇…입사했더니 자매지가 <월간 객석>이었다. 객석이나 <시사저널>이나 표지를 표구해 진열해두는 곳이 있었다. 1984년 객석 창간호의 표지 인물이 윤이상이었다. 인연이 길게도 간다 싶었다.
◇…1994년 예음문화재단과 객석, 시사저널이 윤이상음악축제를 기획하고 윤 선생의 귀국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좌절되었다는 것은 지난번에 썼다. 그때, 애도 많이 쓰고 기사도 많이 썼다.
◇…이후 2000년부터 통영에서 열린 윤이상국제음악제 취재를 3년 연속인가 했다. 첫 해, 작은 남쪽 도시 통영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유명한 연주자들이 많이 몰려와서 깜짝 놀랐다. 연주회 취재를 하다가, 혹시나 하고 통영의 각 학교를 돌아보았다. 내 예상이 맞았다. 오래 된 학교의 교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윤이상 작곡이었다. 작사는 유치환. 2000년에 썼던 기사. 오른쪽 아래 사진이 통영여고 교가비. ◇…당시에 쓴 기사를 찾아보니 윤이상 선생은 유치환 김춘수 시인 들과 함께 광복 직후 통영문화협회를 설립하고 '교가 지어주기' 운동을 벌였다. 동백림 사건 이후 윤이상 음악은 말 그대로 '금지곡'이 되었으나 교가는 이렇게 널리 불렸다. 통영여중고, 통영고, 욕지중, 통영초등학교 등등에서... 다음은 나홀로잡지 『Weekly성우제』가 전하는 정보 혹은 광고. 아토피·건선/비염/분노조절 장애 같은 '질환'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는 분이나 주변에 그런 '질환자'가 있는 분들만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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