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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또 마녀사냥에 나선 진짜 루저들



   애드먼튼에 서는 후배가 보면 "아이, 선배, 왜 골아프게 이런 글을 또 써요"라고 진지하고 점잖게 충고해올 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이유가 있다. 이른바 '루저 파문' 인데, 그 파문 자체가 아니라 그 파문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지난번에 글을 써올렸던 2PM의 재범 군, '미수다' 베라 양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니, 한국의 일부 여론과 언론은 한 개인, 인격체를 떼를 지어 작살내지 않으면 대단히 심심한 모양이다.

   한국 뉴스는, 신종플루에 대한 호들갑에서도 알 수 있지만 작은 일을 큰 뉴스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급기야 발언의 당사자를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했다는 뉴스까지 보았다. 인터넷에서 들끓고 당사자의 학교 홈페이지에까지 찾아가서 이의 제기를 했다는데, 당사자도, 제작자도 사과하고 심지어 제작진 교체까지 했다는데, 사안을 어디까지 몰고가야 직성이 풀릴는지 알 수가 없다.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것이 무슨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는 양 연일 그것을 퍼나르는 언론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해당 언론사가 비슷한 케이스의 제소를 당해도 그렇게 큰 뉴스로 다룰 것인가. 또 애드먼튼 후배의 말을 빌자면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루저 발언 당사자의 인물 사진을 찾았더니 화면 캡처 사진 한 장에 그녀에 관한 신상정보가 구체적으로 들어 있었다. 사진 한 장에 연예인도 아닌 그녀의 개인 신상정보가 내 블로그에도 쓰기 힘들 만큼  '끔찍하게' 노출되어 있다. 하여 프로그램 사진을 썼다.

   당사자의 루저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후 벌어진 '사태'는, 내가 보기에 루저 사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한 사람을 파묻거나 불태워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순간의 실수에 대해 대란, 사태라는 무시무시한 용어를 써가며, 이른바 네티즌뿐 아니라 유명 소설가 및 언론인까지 가세하여 비난을 퍼부어대는 곳에서 그 개인이 느낄 공포의 내용과 색깔은 어떠한 것일까. 이름 얼굴 대학 학과 학년 등 모든 신상이 공개되었는데 말이다.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빌어도, 용서란 없다. 재범 군처럼 한국을 떠나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거나, 베라 양처럼 묵묵히 가라앉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당사자가 다큐멘터리도 아닌 예능 방송에서 그 말을 했다고 하여, 그의 말이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아니고, 키작은 남자들이 진짜 루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와 제작자가 사과했다면 이제는 덮어도 될 일이 아닐까 싶은데, 한 사람이 매장되건 말건 이렇게 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니 한국의 여론, 여론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금에 와서 보니, 진짜 루저가 누군지는 분명해졌다. 

  그러고 보면 장동건은 과거 영화 '친구'에서 바로 오늘의 상황들을 내다보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이제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