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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기자들, 이제 기성용 욕 좀 그만해라 최근 들어 기성용처럼 롤러코스트를 험하게 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만인이 축복하는 천국에서, 만인이 손가락질하는 지옥으로 떨어졌으니 아무리 격동하는 한국 사회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차범근이 이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었다. 적지에서 일본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진출을 결정했을 때 언론과 대중 들은 앞을 다투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올해의 인물이 어떻고 저떻고 해가면서... 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에게 역전패하고, 네덜란드에게 참패하면서 차범근은 하루 아침에 역적이 되어 버렸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축구협회는 그를 대회 중간에 경질해 버렸다.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트였다.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였던 차범근에.. 더보기
16강 잔치는 끝났다..."동국아, 잘했다" 비록 졌지만 한국 팀이 이번 대회에서 보인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한국팀은 한국팀다운 컬러로 경기를 아주 잘 했습니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리의 볼은 골대를 때리고 바깥으로 흘렀고, 우루과이의 볼은 문 안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이동국의 마지막 슛팅 또한 골키퍼를 스치며 골문 앞에서 멈췄습니다. 졌지만 시원한 경기였습니다. 12년 전에 이동국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후 K리그가 갑작스레 인기를 끌었는데, 구름 관중을 몰고다닌 스타 세 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안정환 고종수 이동국. 이들 가운데서도 이동국은 단연 톱이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외모도 곱상해서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습니다. 2002년의 확실한 주인공으로.. 더보기
캐나다에서 보니 "허정무 감독, 복도 참 많아요" 외국에 살러나온 이래 처음으로 우리 교민들이 합동 응원하는 곳을 찾았습니다. 스크린을 보며 하는 단체 응원이 어떤 것인가를 경험하려는 목적보다는, 일반 텔레비전에서 중계 방송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SBS처럼 이번 월드컵은 캐나다 국영방송 CBC가 독점 중계했는데, 경기가 겹치다 보니 한국 경기는 인터넷으로만 생중계했습니다. 과거 여러 채널이 중계하면서 겹치기 방송도 하지 않았고, 빠뜨리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예선 마지막 경기의 하위팀들이 방송 불이익을 받게 되었습니다. 16강이 확정된 이후 토론토에는 이렇게 태극기를 달고 다니는 자동차가 많아졌습니다. 16강에 올랐으나 개인적으로는 참 씁쓸했습니다.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한국의 잘 하는 축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감독의 작전에 따른.. 더보기
나이지리아 전에서 홍수환을 떠올리는 이유는? 한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는 남아공 항구도시 더반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남아공 더반.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도시입니다. 1974년 4월 어느날 아침 학교를 가려는데 아나운서가 흥분해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웃 집에서 와와 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홍수환이 남아공 더반까지 날아가 당시 챔피언이었던 홈그라운드의 아놀드 테일러를 때려눕히던 라디오 중계방송이었습니다. 몇 차례 다운을 빼앗을 끝에 15라운드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기 직후의 홍수환과 아놀드 테일러. 얼굴만으로도 누가 승자인지 쉽게 짐작하리만큼 홍수환의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홍수환은 말짱하고 테일러 눈탱이는 밤텡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여서 더욱 값졌다. 홍수환에게 일격을 당한 테일러는 페더급으로 올려 시대를.. 더보기
한국 선수를 주눅 들게 한 감독 허정무 지금부터 쓰기 시작하는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논리적인 근거 또한 희박합니다. 수십년 한국 축구를 즐겨온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직관'이 유일한 근거입니다. 그러나 나는 최근 한국의 국력과, 그것을 백그라운드로 하는 한국 스포츠의 장족의 발전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나의 직관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 토론토 시간으로 오전 7시30분부터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조별 예선 2차전에서 1패 하기는 한국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패배와 한국의 그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은 아깝게 졌지만 한국의 패배에는 '아깝다'는 말조차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 져도 사기충천했으며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지만 한국의 패배는 반대로 사기를 떨어뜨렸고 비난을 불러일으켰습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