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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32년 만에 들은 선생님의 종례 말씀

  한국에 간 길에 춘천에 계시는 은사님을 친구들과 찾아뵈었습니다. 작년 큰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너끈하게 일어나셨지요. 새로 나온 책도 드릴 겸 인사차 춘천에 내려갔습니다. 체중도 웬만큼 회복하셔서 옛날과 거의 비슷한 건강한 모습이셨습니다.


  1979년 양정고 1학년 때 만난 문예반 친구들은 지금까지, 당시 문예반 담당이셨던 전신재 선생님을 찾아뵙습니다. 우리가 졸업할 때인 1982년 함께 양정고를 나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줄곧 한림대 국문과에 재직하셨습니다. 몇년 전에는 은퇴하셨지요.


  이번에 나온 책을 들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춘천으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친구들은 자주가는 모양입니다. 오후 한 나절을 보내고 왔는데, 선생님께서 윤태일 군을 통해 이메일로 아래의 종례 말씀을 보내오셨습니다. 나이 쉰줄에 이르른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셨나 봅니다. 우리 친구들끼리만 보기에 아까워서 블로그로 옮겨왔습니다.






23회(1975년 졸업) 3학년 2반 출신들에게는 모였다가 헤어질 때에 종례를 해준다. 

내가 잊고 빠뜨리면 그들이 자청해서 종례를 해 달라고 한다. 

다음은 양문산악회(내 고교 문예반 동기 친구들의 모임)를 위한 종례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기 바란다.

꿈은 소년시절에만 꾸는 것이 아니다. 현대는 2모작, 3모작을 하는 시대이니 

머리가 허연 사람도 소년 같은 꿈을 가져야 한다. 인생을 길게 보면서 꿈을 실현하기 바란다.

나는 29세 때에 언덕 위에 하얀 집을 짓고 살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71세에 금병산 자락에 금병서실을 지었다.

 

인생을 즐겁게 살기 바란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하였다.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 높은 질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사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매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금년은 갑오년 말의 해이다. 말은 생동감 넘치는 양기의 상징이다. 

올해는 말처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