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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털어가 PleaseRobMe.com - 소셜 네트워킹 시대의 어두운 면

(세인트 앨버트 = 김상현 대체로 동전의 양면 같다. 혹은 음과 양이라고 해야 할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놓친다. 때로는 너무 흥분해서, 때로는 너무 좋아서, 때로는 너무 절망해서, 그 다른 면을 미처 보지 못한다. 

구글이 프로필에 더 많은 개인정보를 넣으라며 적어놓은 아래와 같은 메시지는 사안의 한쪽 면만을 부각시킨 것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수록, 친구들이 당신을 찾기가 더 쉬워질 것입니다'(The more information you provide, the easier it will be for friends to find you). 더 많은 개인정보를 보유할수록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구글의 입장을 고려하면 사안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음모이론도 가능해 보일 지경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수록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도 더 커집니다.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라는 메시지도 함께 나와야 균형이 맞는다는 뜻이다.



모바일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훠스퀘어(Foursquare)도 친구, 지인 들과의 연결, 흥미로운 게임 등 밝은 쪽으로만 부각된 면이 없지 않다. 프라이버시가 문제 아니냐는 물음은 소수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런 사이트가 나타났다. '우리집 털어가' (PleaseRobme.com). 트위터의 메시지와 훠스퀘어 정보의 매쉬업(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여러 서비스와 기능을 합치고 응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인 이 사이트는 트위터 이용자중 누가 언제 집을 나갔으며 언제 돌아오는지, 돌아왔는지 알려준다. 이름 그대로, 지금 집이 비었으니 도둑질해가라고 알려주는 사이트처럼 보인다.

이 사이트를 통해, 마치 트위터의 트윗 리스트처럼 죽 나타나는 정보를 보면 모골이 다 송연해진다. '@XXX 집을 나갔다가 1분 전에 돌아옴' '@QQQ 10분전 집을 나감.' 이런 목록을 죽 훑어나가노라면, '내 위치 정보를 세상에 공개하는 일이 이런 결과로 나올 수도 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그리고 두려움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사이트의 진짜 의도는 그러한 '부재중' 정보를 표나게 전시함으로써 절도를 예방하는 데 있다고 사이트의 운영자는 주장한다. 훠스퀘어 이용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동으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온세상에 광고하는 일이 꼭 '쿨'한 것만이 아니라 이처럼 위험하고 어두운 면도 지니고 있음을 웅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다고 공공에게 알리는 것은 위험한 짓이다"라고 PleaseRobMe.com은 강조한다. "지금 A 지점에 있다는 말은, B 지점에 절대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 휴가를 떠나기 전 혹시 도둑이 들까 걱정스러워 집안의 불은 켜두면서 인터넷(트위터)에는 지금 휴가 간다고 (따라서 집에 없다고) 온세상에 광고를 한다. 얼마나 기막힌 아이러니인가."

"우리의 의도는 집털이를 부추기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이 사이트는 주장한다. "훠스퀘어로 대표되는 위치정보 서비스에 반대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정보와, 그를 응용한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대단히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정보와 애플리케이션을 사람들이 좀더 사려깊게, 앞뒤 가려서 쓰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집 털어가' 사이트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트위터 이용자의 허락 없이 사이트에 등재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말도 안되는 억지'라며 "그 사이트에 이름과 위치 정보가 올라간 것은 본인들의 잘못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트위터에 게시되는 정보가 누구에게나 공개된 것이며, 따라서 프라이버시 운운하는 게 말이 안된다는 반박이다.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거기에 위치 정보와 증강현실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점점 더 흥미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흥미로움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또다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