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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문재인과 김경문의 공통점, 이명박과의 차이점


  '힐링캠프'라는 연예 프로그램을 2주 연속으로 보았습니다. 지난주에는 박근혜가 나왔고, 이번주에는 문재인이 나왔습니다(편의상 직함과 존칭은 생략합니다). 연예 프로그램에서는 좀체 없던 기획이라 두 편 모두 재미있었고, 이제 한국 정치인들이 연예 프로그램을 홍보 창구로 애용하려 하는 추세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박근혜 편에서도 그랬지만 문재인 편에서, 내 눈에 가장 선명하게 들어온 대목은 '동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회자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패를 꼽고, 그 강력한 고리로 인맥을 거론합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은 청탁을 거절하기 위해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창회에는 절대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경남고 파워가 워낙 막강하니, 표 안나게 조금만 이용해도 배경으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보란듯이 대학 동창회 모임에 나가서, 패거리 짓는다고 그렇지 않아도 욕먹던 모교를 더 욕되게 하고, 해교 행위인 줄도 모르고 동창들을 요직에 앉혀 5년째 더럽게 욕먹게 한 지금의 대통령과 참 대비됩니다. 다른 어느 무엇보다 남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입니다.

  지금의 대통령 이명박은, 문재인보다 더 지독하게 굴었던 전 두산베어스 감독 김경문에게 배웠어야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배우기 바랍니다. 특히나 결속력이 강하네(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 지난번 고대교우회 회장 선출 사건에서 만천하에 공개되었습니다), 마피아네 하면서 가뜩이나 한국 사회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터에 모교에 '고소영'이라는 아름다운 닉네임까지 하나 더 선사한 건 오만과 아둔의 절정으로 보입니다.


  김경문은 두산에서 감독 생활을 참 오래했습니다. 그가 감독으로 있는 두산에서 고대 출신 후배들은 대접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고 합니다. 선후배 잘 챙기는 고대 출신이라고 자기 후배 봐준다는 소리를 혹시나 들을까 봐, 후배들에게 더 가혹하게 굴었다고 합니다. 역차별이 너무 심하여 트레이드를 요청한 선수도 나왔습니다.

  비록 두산에서 우승은 하지 못했으나 김경문처럼 공과 사에서 냉정하고 정확하게 선을 그을 줄 아는 이가 모교를 진짜 사랑하고 팀을 아끼는 사람입니다. 후배라 하여 조금이라도 특혜를 주었을 경우, 팀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특혜를 주었을 때, 고대 출신들은 고대 이외의 모든 대학 출신들을 적으로 돌리게 됩니다. 특혜를 주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모교를 적대시하게 합니다. 모교에 이만저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닙니다. 모교와 팀을 진짜 사랑할 줄 아는 그가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전승 금메달을 딴 것은 우연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대학 후배들에게 특혜 주면 야구팀 팀워크도 깨지는 판인데, 하여 그것을 절대적으로 피한 야구 감독도 있는데, 지금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한 나라의 팀워크가 깨지는 줄도 모릅니다. 고대 출신 몇몇은 잠시 권력을 맛보겠으나 그 몇몇을 제외한 동창과 모교 모두를 욕먹게 하고 있으니, 이건 해교 행위를 넘어 동창과 모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아둔한 짓거리는 계속 되는 모양입니다. 대통령을 배출했다고 희희낙락할 것도 없는 것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나올 대통령은 대학이든 고등학교든 학교를 나오고, 그 학교들은 모두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가 되기 때문입니다. 무슨 대단한 일인 양 자랑할 일이 절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문재인은 말을 거침없이 합니다. "쪽팔린다"는 말도 방송에서 합니다. 김경문은 쪽팔린 게 뭔 줄 알지만 그의 선배님 되시는 이명박은 퇴임 후에라도 알게 될른지, 의심스럽습니다.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나는, 겨우, 조금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어느 작가(내 형은 아니지만 누구라고 밝히기가 좀 거시기 합니다)의 말이 오늘 가슴을 칩니다.
나 또한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진 글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마지막 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