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로 살러와서 처음 가진 직업이 샌드위치숍 핼퍼였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철가방'.
철가방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만 나는 카터를 밀며 뛰어다녔다. 다운타운의 방송사와
은행 사무실에 샌드위치와 커피를 배달해주었으니까.
배달이 끝나면,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를 싸서 파는 아주머니 4명을 뒤에서 도와주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야채 다듬고 하는 이른바 뒷일을 했다. 그 일을 하면서 받은
두 가지 충격.
첫번째는 회의를 아침이나 점심시간에 자주 한다는 것. 그러니까 이곳 회사들은 식사
시간에 밥을 먹여 가며 회의를 했다. '공짜 밥 주니까 점심시간에 회의한다고 불평하지
마라' 이런 건가 싶었다. 은행 본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방송사, 신문사에서도 그랬다.
여럿이 모여 바깥 식당으로 나가, 느긋하게 밥 먹고 때로는 낮술까지 걸치곤 하던
한국 점심 문화와는 정말 대조적이었다. 일을 빡세게 시킨다는 느낌.
두번째 충격. 혼자서 밥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많은 정도를 넘어, 내가 일한 식당
손님들은 대다수가 혼자 먹는 사람들이었다. 샌드위치숍, 베이커리카페 핼퍼를 할 때도
느낀 거고, 오피스빌딩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할 때도 그랬다. 손님들은 혼자 와서
자기 밥만 사갔다. 매일 단짝과 오는 사람도 있고, 여럿이 몰려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늘 자기 밥은 각자가 샀다. 그걸 식당에 앉아서 먹거나, 자기 사무실로
들고갔다.
구글에서 빌려온 사진.
궁금하면 잘 못 참는 성격이라, 음식 사가서 누구와 먹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제각각이었다. 런치 룸에서 두 세명 앉아서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점심시간 따로 없이 주어진 30분 안에 혼자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 점심시간이 짧기도 하거니와 빨리 먹고 빨리 일 끝내고, 칼퇴근해서 놀거나 쉬자, 이런 문화인 거다. 직장인이 이러니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식당을 하면서 아침에는 베이글과 커피를 팔았다. 이건 100% 혼밥이다. 문화가 이러하니, 혼밥 싫다고 일부러 함께 밥먹을 사람 찾아다니는 게 더 이상한 거다. 매일 한 두끼 혼밥에, 심지어 매일 똑같은 메뉴를 먹는 사람도 있다.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는 7백만년 인류 역사를 거론하면서 "혼밥은 위험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인류 안에 캐나다 사람들도 당근 들어 있을 텐데, 혼밥은 당연한 거라 여기고, 적어도 한 끼는 혼밥을 먹는 많은 캐나다 사람들은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 걸까.
또 하나 궁금증. 한국 사회가 변하면서 밥먹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것인데, 문화가 달라지면 그게 위험하고 나쁜 건가? 혼자서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 혼밥하는 거고, 혼자서 먹는 게 간편하고 좋아서 그럴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왜 위험하다고 하는 걸까. 이해가 잘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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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는 기능성 제품인데, 한국에서는 기능성 건강보조식품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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