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캐나다에 살면서도 캐나다 정치가 돌아가는 것을 잘 모릅니다. 캐나다 신문을 줄창 읽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치가 한국 드라마 뺨치게 재미나서 넋을 놓고 쳐다볼 정도도 아닙니다. 그 반대로 캐나다 정치는 너무 심심해서 관심을 가지고 쳐다봐도 하품이 날 지경입니다. 아마도 '정치 과잉 시대'에 청춘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웬만큼 자극적인 이슈가 아니면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됩니다.
마리화나를 피다 동영상 찍히고,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다가 동영상 공개되어 망신 당하고, 음주운전하고, 시장실에 '여자' 끌어들이고, 자고 자면 새로운 거짓말과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등장하는 포드 토론토 시장 정도는 되어야 관심권에 들어옵니다. 이 모든 것이 건전하고 집요한 신문, 내가 보기에 정론지로서 이만한 모범도 드물다 싶은 <토론토스타>가 수년 동안 '전투'를 벌여 얻어낸 성과입니다. 포드는 지금 캐나다를 넘어 북미 지역의 웃음과 조롱거리가 되어 있습니다. 범죄에, 비상식적인 행위에, 거짓말에, 둘러대기에, 말바꾸기에, 뻔뻔함.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웃고 비난합니다. 캐나다가 왜 안정되어 있는가, 왜 정치가 시끄럽지 않은가 하는 것을 포드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일에, 정론지가 고발하고, 사람들이 감시하며 따지고, 경찰이 밝혀내고, 언론이 파헤치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비판, 비난, 조롱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텔레비전 뉴스에서 캐나다 총리 스태판 하퍼가 연방의회에 나와 의원들 앞에서 연설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연방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맥락을 알 수 없으니 아무리 귀 기울여 들어도 무엇 때문에 저렇게 열을 내어 연설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이미지만 보이는데, 하퍼 총리가 참 멋졌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나는 캐나다에서 가장 진보적인 NDP를 찍습니다. 당선 가능성보다는 살아남아서 소금을 뿌리는 감시꾼이 되라는 뜻으로 줄창 밀어줍니다. 단 한 번도 보수당을 지지해본 적 없는 하퍼가 갑자기 멋있어 보인 까닭은, 정치를 잘 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퍼는 장 크레티엥과 폴 마틴으로 줄곧 이어지던 집권 자유당에게서 정권을 빼앗아 온 영건입니다. 10년 가까이 되는 그의 장기 집권에, 자유당은 비장의 카드로 캐나다의 '황태자' 저스틴 트뤼도(피에르 트뤼도의 아들)를 내세웠으나 아직까지는 상대가 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왜 보수당의 하퍼가 예뻐보였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정치를 잘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상식에 입각해 있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이념이든 무엇이든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약육강식의 살벌한 세상, 남한이든 북한이든 눈에 불을 켜고 탐욕만 좇고 손손 대대로 그것을 물려주려는 세상에서, 사람에게 남겨진 가장 돋보이고 아름다운 가치는 바로 사람다움입니다. 그 사람다움을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캐나다요, 그 한 분야가 정치입니다. 가장 더러워야 할 정치판마저도 내 눈에는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며, 코리언캐네이디언으로서 순전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과거처럼 나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밝히기 어렵다는 느낌이 듭니다. 옛날에는 거침없이 이야기했으나 지금은 자꾸 주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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