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중에 벌어진 토론토 폭동

  1980년대 한국에서 많는 데모를 경험하고 구경했으나, G20 기간에 벌어진 토론토에서의 폭동은 참 생경했습니다. 과거 한국과 비슷하게 방독면을 쓴 경찰이 등장하고 반대편에서는 복면을 한 시위대가 '짱돌'을 날리는 모습. 여기까지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시위대는 경찰차에 불을 지릅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이 빚어지면서 시위가 과격해지면, 뭐, 여기까지는, 인명 피해만 없다면 봐줄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주말 G20 회담장 인근 다운타운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진 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과격한 줄 알았더라면 카메라 들고 구경이라도 갈 걸, 하고 후회막급입니다. 지금 이 사진들은 토론토의 일간지 <토론토스타>를 다시 찍은 것들입니다.

 경찰차가 불타는 광경도 처음이거니와, 경찰차를 저렇게 몽둥이로 때려부수는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보는 것은 캐나다에 온 이후 처음입니다. 진짜 토론토에서 벌어진 광경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난 일요일자 <토론토스타> 1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세계 20개국 정상회담보다,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혹은 정상회담에서 자기네 주장이 관철되기를 원하는 이들의 시위가 훨씬 더 관심을 더 끌었습니다.

  시위자들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들었습니다. 사회주의자에서부터 동물의 권익을 주장하는 자들도 끼여 있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과격한 시위를 벌인 것은 아닙니다. '부유한 돼지들의 잔치'로 힐난받기도 하는 G20가 극빈국의 극빈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라고 촉구하는 갸륵한 뜻을 평화적인 시위로 드러낸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격 시위를 한 이들은 무정부주의자들입니다. 'The Black Bloc'라는 단체명이 붙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단체나 조직은 아니라고 합니다. G20 같은 이벤트가 열리면 자연스럽게 결집하여, 한국 유행어처럼 '엣지'있게 주의주장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나는 저들의 주의주장이 아무리 거룩하고 숭고하다 한들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습니다.

  <토론토스타>의 제목이 이야기하듯 토론토에서 '듣도 보도 못한 폭도'들입니다. 왜 멀쩡한 가게 유리창을 저렇게 부수는지, 부수고 난 뒤 왜 나이키 신발, 최신형 핸드폰 같은 물건들은 강탈해갔는지, 강도짓까지 자행했으니 폭도라 이름하여도 전혀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무려 11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모두가 경호와 안전 비용입니다. 내가 내는 '살인적인' 세금이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도 모르는 저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다운타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G20가 열렸던 주에 토론토 다운타운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당국에서 휴가를 권유하여 사무실이 텅텅 비는 바람에 유령의 도시가 되어버렸습니다. NLB  야구도 홈경기는 취소하고 원정 경기만 했다고 하고, 토론토 최고 관광지인 CN타워도 문을 닫았습니다. 주말에는 다운타운에 지하철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게도 죽을 쑤었습니다.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될 리 없습니다. 그 손해를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시위하는 놈들이 저렇게 남의 가게를 때려부수고 물건까지 훔쳐갔다고 하니, 저게 시위를 하는 건지, 시위를 빌미로 강도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스파다이나 차아나타운에서 장사하는 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주말의 충격이 너무 커서 월요일에도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G20에 별 관심도 없고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잘 모릅니다. 어떤 합의를 끌어냈다 한들 구속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키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고 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사진 한 장 박고 지나갈 G20 때문에, G20가 지향하는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조차도, G20가 열리는 해당 도시에서는 공허한 헛소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최소한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가게 문을 닫은 이들은 잘 먹고 잘 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는커녕 손해만 잔뜩 보았습니다. 보상을 받을 길은 없습니다. 이렇게 피해자가 생기는데, 정상들은 잘 먹고 잘 살자 헛소리 하고, 일부 시위꾼들도 거기에 어울리게 폭도로, 강도로 변신했습니다.

  <토론토스타>는 진보적인 신문입니다. 월요일판에 편집인이, 평소 하지 않던 1면 기명 칼럼을 썼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토론토 같은 평화로운 도시에서 이런 광경을 연출한 G20 같은 것, 다시는 하지 말자."

 하긴 토론토 시역사상 최루탄을 처음으로 발사했다고 하니,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G20가 열린다고 하는데, G20의 의제보다는 한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시위가 벌어질지, 나에게는 그것이 관심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