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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40대 중반, 2개월에 5kg을 빼다


   
   오늘 아침 5마일을 뛰고나서 체중계에 올랐다가 '좋아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2~3주째 요지부동이던 75kg의 눈금이 73kg으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하긴 75kg을 돌파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술자리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뛰는 것이 좋은지, 이틀 연속 뛰었더니 저울의 눈금은 정확하게 73을 가리켰습니다. 저울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어 저울에서 내려오니 눈금은 분명 0이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달리기에 취미를 들인 이래, 이렇게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든 것은 처음입니다. 달리기를 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담배를 끊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금연을 하면 몸무게가 6kg 정도 갑자기 불어납니다. 살도 뺄겸, 피 속에 들어 있는 니코틴도 땀으로 뺄겸 하여 달리기를 하였으나, 금연이 두번씩이나 실패로 돌아간 후, 오로지 살만 찌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들쑥날쑥한 생활 가운데서도, 기분이 나면 바깥에 나가 학교 운동장을 20~30바퀴 돌고 들어왔습니다. 아, 한국은 천국입니다. 밤 12시에도 생맥주와 튀김통닭을 집에까지 배달해 줍니다. 그거 먹는 재미로 뛰었더니 살이 더 쪘습니다.

  캐나다에 살러 와서도 뛰기는 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토론토는 뜀박질의 천국입니다. 길거리 아무데나 뛰기에 적합하고 공기 또한 맑습니다. 아쉬운 것은 긴 겨울 때문에 바깥에서 뛰는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것뿐입니다.

  한국에서 기어코 담배를 끊고나서 몸무게의 1차 폭발이 있었습니다. 캐나다에 와서 2차 폭발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그만두고 나서, 밤 9시에 저녁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일을 하다 보니 몸무게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밤에 먹는 밥에 맥주까지 곁들이면 맛이 환상이거니와 비만에도 환상입니다. 술에 취하면 폭식하는 버릇까지 생겨 드디어 배가 남산을 넘어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솟아올랐습니다.

  병이 생긴 것은 아니었으나, 두 가지가 불편했습니다. 일단 생활하기가 불편했고, 다음은 다른 사람들이 나더러 자꾸 배나왔다고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습니다. 

  그냥 뛰어보자고 하다가, 이번에는 밤에 밥도 굶어보자고 그냥 생각했습니다. 굶어보니 굶을 만했습니다. 밥은 오후 5시쯤에 아무 것으로나 적당히 떼우는 정도로 끝냈습니다. 배고프면 물만 먹었습니다.

  바깥에 나가 뛸 때는 거리를 잴 수 없으니 시간으로 측정했습니다. 처음에는 1시간5분 걸리던 거리가 두달 뛰고 났더니 55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오르막이건, 평지건 속도를 일정하게 냈습니다. 오르막에서는 숨이 차서 거의 죽을 지경입니다.

  비가 오거나 바깥에 나가기 싫을 때는, 트레이드밀을 이용했습니다. 거리가 정확하게 나오니,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4마일, 평소에는 6.25마일을 뛰었습니다. 6.25마일은 10km입니다. 처음에는 1시간10분 정도 걸리다가 지금은 1시간쯤으로 줄여놓았습니다.

  오늘 아침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트레이드밀 위에서는 숨이 차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바깥에서 오르막을 오르며 단련했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바깥에 나가 뛸 적에, 재미나는 일들이 좀 생깁니다. 먼저. 산책을 나온 개들이 엄청 많습니다. 어떤 건방진 것들은 주인이 줄을 짧게 거머쥐는데도 뛰는 사람을 위협합니다. 그런 것들은 한국에 보내어 탕 속에 넣고 싶어집니다. 나는 비록 안먹지만…. 

  두번째는, 경쟁자. 평소에는 밤늦게나 오후에 뛰다가 어제는 아침에 처음으로 나갔습니다. 내가 뛰는 코스에 어떤 백인 여성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늠름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제끼고 나아갔습니다. 그게 '쥐약'이었습니다.

  그녀는 나보다 키가 크고 다리도 훨씬 긴 늘씬한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한번 제끼고 났는데, 좀체 거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 여자는 긴 다리로 죽으라 하고 나를 쫓아왔습니다. 나는 짧은 다리로 죽으라 하고 도망갔습니다. 내 다리가 짧으니, 내가 더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젊은 여성에게 어떤 식으로든 쫓김을 당한 건, 20대 이후 처음입니다.

  30분을 쫓기다가 어느 지점에서 갈라졌습니다. "아휴, 저 지독한 #"이는 욕이, 단내와 함께 절로 나왔습니다. 그 여자도 그랬을 겁니다. "지독한 ##"라고…. 사람을 만나도 이렇게 경주를 해서는 안되겠다, 수양을 하듯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 마주오는 '선수'를 만납니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지만 한 마디씩 꼭 하는 넘들이 있습니다. "페이스가 좋다"며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Faster! Faster!" 하는 넘들도 있습니다. 나는 한국말로 대답해 줍니다. "너나 잘해, 임마!"
  
   저런 기분을 맛보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저 경지에는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보아하니, 살을 빼는 데 가장 큰 적은 저녁 술자리입니다. 밤에 안먹는 것은, 담배 끊는 것에 비하면 100분의 1도 힘이 들지 않습니다. 그저 습관일 뿐입니다.

  술자리에 나가면, 안주로 배를 채우고, 또한 술 자체가 칼로리가 높으니 좀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나가지 않을 수도 없고, 나가서 '나 요즘 뭐해서 술 먹을 수 없다'고 할 수도 없고 하기도 싫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본 것이, 먹고 더 뛰자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뛸 적에 "살 빼려고 뛰나, 도 닦으려고 뛰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살을 뺄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살빼려고 뛴다"고 생각하니 살이 진짜 빠졌습니다. "볼살이 쏙 빠졌다"는 다른 이의 품평을 들으면 용기백배. "배가 더 나온 것 같아요"라는, 뭣도 모르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분기탱천에다 사기 급전직하.

 5kg은 빠졌으니 이제 8kg에까지 가보려 합니다. 그곳에 가면 몸과 기분이 어떻게 달라질까, 다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