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왔습니다. 올 때마다 새로 뜨는 커피점을 찾습니다. 커피점 하면 맨해튼에 좋은 곳이 몰려 있었으나 지금은 브루클린의 윌리엄스 지역이 떠오르는 중입니다.
커피가 예술의 발전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으나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커피는 이성을 더욱 차갑게 하는 음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정·감성보다는 이성을 더 좋아하는 커피가 예술가들과 친하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브루클린의 윌리엄스 지역에 좋은 커피점이 생겨나는 까닭은 그곳이 젊은 예술가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루바틀·토비 등 새로운 개념의 커피점이 성업중인 가운데, 뉴욕에서 활동중인 화가 한규진씨가 커피점을 냈습니다. CREMA BK라는 이름입니다.
커피점에 간판이 없습니다. 예전에 커피보다는 주로 캔디를 팔던 가게의 간판을 그냥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실내 장식도 아주 소박합니다. 예전에 쓰던 것 그대로입니다. 거울 위에는 CANDY STORE라고 적혀 있는데, 그 앞에 작은 글씨로 'was'라고 적어놓았습니다. 오래 된 스팀을 그대로 두고 치우지 않은 것이 예술입니다. 창 쪽에는 구닥다리 스탠드가 걸려 있습니다.
아래의 A4 용지 종이 한 장이 간판의 전부입니다. 옷걸이에 꽂은 감각! 안에서 바깥을 향해 찍은 사진입니다.
천장도 예전 것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더러워서 페인트칠만 했다고 합니다.
이제, 커피점 실내 정경입니다.
폭이 4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복도식 실내입니다. 한 쪽에 테이블이 몇개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만석'이었습니다. 주방에서 커피를 만드는 이가 주인 한규진씨입니다.
한규진씨는 뉴욕에서 활동중인 화가입니다. 화가가 커피에 빠져 작고 단순한 커피점을 열었습니다. 뉴욕에서 공부하고 활동중인 현역 화가인 까닭에, 젊은 예술가들의 동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자리를 잡은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습니다.
커피는 바로 근처에 있는 'Toby's Estate'라는 커피점의 것을 씁니다. 커피를 볶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듭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셨습니다. 맛이 좋습니다. 호주의 이름난 커피답습니다. 한규진씨가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용해 커피를 내리는 솜씨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커피를 사와서, 집에서 아무리 정성을 들여 내려도 그 맛이 나지 않습니다. 물론 내리는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뉴욕에서 지금 예술인촌으로 뜨고 있는 지역에, 한국 사람이 하는 커피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2013년 8월에 문을 열었는데 장사가 잘 된다고 합니다. 드나드는 손님들은 대부분 주변에 살면서 작업하는 젊은 예술가들입니다. 젊은이들답게 인터넷에 커피점 방문 후기를 남기고 평점을 매깁니다. 평점 좋습니다. 분위기와 커피맛이 좋아서 그렇습니다.
뉴욕 여행하시는 분들, 일부러라도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뉴욕 첼시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예술인촌도 구경하고 커피도 마시고, 그 주변에 있는 블루바틀 같은 인기 높은 커피점도 경험하면 좋습니다.
Crema BK
82 Driggs Avenue Brooklyn NY 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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