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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한국의 촌스러운 금메달 지상주의



(토론토=성우제) 방금 캐나다가 연장까지 가는 접전끝에 미국을 꺾고 남자 하키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국기나 다름없는 하키에서, 그것도 24초를 남겨두고 통한의 동점골을 먹은 뒤 연장에서 골든골을 넣었으니, 온 나라가 떠들썩한 느낌입니다. 2002년 한국의 그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약하지만….
   올림픽 주최국 캐나다로서는 가장 크게 관심을 갖는 하키 금메달로 피날레를 장식했으니, 김연아가 금메달 딴 것 이상으로 열광할 만합니다. 게다가 캐나다 골든보이 시드니 크로스비가 골든골을 집어넣어, 더이상 극적일 수 없게끔 드라마를 완성했습니다. 크로스비는 올림픽에서 이름값을 못하다가 마지막 점을 찍는 위대한 스타성을 발휘했습니다.
  
  주제와 관계없이 말이 길어졌습니다.

  각설하고, 주제로 돌아가서...

  아래의 두 도표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밴쿠버 올림픽의 성적표입니다. 위의 도표는 캐나다 국영방송 CBC의 것이고, 아래 것은 한국의 조선일보에서 만든 올림픽 국가순위입니다.



Top 10 Medal Winners

COUNTRYTOTAL
UNITED STATES 9 15 13 37
GERMANY 10 13 7 30
CANADA 14 7 5 26
NORWAY 9 8 6 23
AUSTRIA 4 6 6 16
RUSSIA 3 5 7 15
SOUTH KOREA 6 6 2 14
CHINA 5 2 4 11
SWEDEN 5 2 4 11
FRANCE 2 3 6 11

Full Medal Standings


1 캐나다 14 7 5 26  아이스하키 여자대표팀, 아이스하키 남자대표팀
 크리스티나 그롭스(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조애니 로셰트(피겨 스케이팅)
2 독일 10 13 7 30  노이너(바이애슬론 여자 12.5km 집단출발, 10km 추발)
 베케르트(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5000m)
 노르딕 복합 남자 팀 4x5 km CC
3 미국 9 15 13 37  린지 본(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샤니 데이비스(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안톤 오노(쇼트트랙 남자 1000m)
4 노르웨이 9 8 6 23  비요르겐(크로스컨트리 여 개인, 15km 추발, 4x5 계주)
 뵈른달렌(바이애슬론 남자 20km 개인)
 스빈달(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
5 대한민국 6 6 2 14  이정수(남자 쇼트트랙 1500m, 1000m 2관왕) ▷인물 포커스
 모태범(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인물 포커스
 이상화(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인물 포커스
 이승훈(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0m) ▷인물 포커스
 김연아(여자 피겨 스케이팅. 세계 신기록) ▷인물 포커스
 이승훈(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
 모태범(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이호석(남자 쇼트트랙 1000m) ▷인물 포커스
 이은별(여자 쇼트트랙 1500m) ▷인물 포커스
 성시백(남자 쇼트트랙 500m) ▷인물 포커스
 박승희(여자 쇼트트랙 1500m, 1000m) ▷인물 포커스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
6 스위스 6 0 3 9  시몬 암만(스키점프 남자 노멀힐,라지힐)
 -
 놉스 올리비아(여자 스노보드 크로스)
7 스웨덴 5 2 4 11  마르쿠스 헬네르(크로스컨트리 남자 30km 추발)
 안나 하그(크로스컨트리 여자 15km 추발)
 아냐 파에르손(알파인 스키 여자 복합 회전)
7 중국 5 2 4 11  왕멍(쇼트트랙 여자 500m, 1000m, 계주)
 팡큉-통지안(피겨 스케이팅 페어)
 왕 베이싱(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9 오스트리아 4 6 6 16  울프강-안드레아스(루지 남자 더블)
 슈만(바이애슬론 12.5km 추발)
 쉴레른자우어(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
10 네덜란드 4 1 3 8  크라머스벤(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
 게릿슨(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반 리센(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도표에서 보듯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판이합니다. 한국식이라면 캐나다는 독일과 미국을 금메달 4~5개 차이로 누른 명실상부한 1위국입니다.


  그러나 하키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최종 14개나 획득했으나, 방송이든 신문이든 3위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은 7위를 차지했습니다.


  아래의 한국식 도표를 보면 캐나다는 단연 1위, 한국은 5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신문이든 방송이든 한국에서는 이번 올림픽에서  '5위'라고 보도합니다. 


  왜 캐나다는 한국을 7위라 하고, 한국은 한국을 5위라 하는가.


  금메달로만 따지느냐, 메달 전체로 따지느냐는 차이인데 "1등만 기억"하는 한국식 순위 매기기가 신물나게 역겹고, 또 촌스러워 보입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 캐나다 최대의 신문 '토론토스타'의 보도 방식을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금메달이든 동메달이든 메달을 딴 선수들을 공평하게 대접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금메달을 딴 여자하키보다 동메달을 딴 조애니 로셰를 더 비중있게 다루었는가 하면, 메달리스트라면 누구든 그 비중을 비슷하게 다루었습니다. 누가 금메달인지, 동메달인지 사진 설명을 읽지 않으면 구분이 안될 정도였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떻습니까? 오로지 금메달, 금메달만 중요합니다.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은 종이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 색깔만 다른 메달일 뿐입니다. 실력도 중요하고, 그날의 운수도 크게 작용합니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도 금메달 못지 않게 박수를 보내주어야 마땅합니다.


  한국의 1등 지상주의가 너무나 촌스러워 보이지 않습니까? 이 1등 지상주의 때문에, 한국 선수들은 즐기기도 못하고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합니다. 과거 전체주의의 망령이 아직도 어른거리는 느낌입니다. 


   "일본의 노메달 굴욕"이라는 한국신문의 제목도 보입니다. 금메달 하나 못 땄다고 굴욕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과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던 동독과 소련보다 나은 나라는 없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선수들로 하여금 삶의 일부로 즐기게 하지 않고 오로지 성적을 내라고 당근을 들이대고 채찍을 갈겨대던 나라들이었습니다. 한국은 아직도 그 전체주의적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금메달을 많이 땄다고 환호하는 그 모습이 그다지 좋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서울대는 늘 1등이고, 스카이가 어떻고 하는 게, 올림픽 메달 집계에서도 그대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