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한국 총영사관과 한인회관에 노무현 전대통령 조문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요일에 준비를 하고 월요일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토론토 한국 총영사관은 아직 조기를 걸지 않았습니다. 조문소를 지키며 문상객을 받는 홍지인 총영사에게 물었더니 "장례식 날에 건다"고 했습니다.
빈소는 검소했습니다. 문상객이 가져온 꽃이 많이 놓여 있었습니다. 총영사관에서는 조문객들로 하여금 국화 한 송이를 놓거나 향을 피우도록 했습니다.
조문객들은 이렇게 의관을 제대로 갖추고 왔습니다. 방명록에 추모의 글을 적는 위의 두 분은 빈소에 들어서면서부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 또한 고인께 절을 올리면서, 울컥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왜 문상을 갔으며, 왜 눈물이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내려가는 중에도 자꾸 눈물이 나왔습니다. 친한 친구의 부친상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투표를 한 적도,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본 적도 없는,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두 번하고, 눈물을 닦은 다음, 총영사에게 가면서 일부러 활짝 웃었습니다. 총영사관이, 처음으로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상주처럼 자리를 지키며 문상객을 받는 홍지인 총영사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조문객의 연령층은 다양했습니다. 20대 젊은층도 상당수 눈에 띄었습니다. 학생들로 보였습니다. 여성들은 예외없이 울었습니다. 남자들도 저처럼 울음을 삼키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50대 어른 한 분이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섰습니다. 방명록에 '하늘 나라에 가서 편히 쉬시라'고 적더니, 정중하게 절을 올렸습니다. 저 분은 신발을 벗고 자리에 올랐습니다. 표정과 행동 하나 하나가 예의 바르고경건해 보였습니다. 저 모습을 보면서, 다시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여성 분들은 고개를 깊이 숙여 조의를 표했고, 남자들은 모두가 절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두 번 절을 하게 되더군요.
방명록을 보니, 외국 사람들도 자국을 대신하여 문상을 왔습니다. 에콰도르와 벨기에 커뮤니티 대표자들이 문상을 와서 정성스럽게 적은 위로의 글입니다. 위로의 글을 읽으면서, 마치 제가 유족인 듯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총영사관은 문상객들을 위해 차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문상을 마친 후, 편안한 소파에 앉아 차를 들며 '상주'인 총영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총영사관 직원들은 모두 검은색 상복을 입고 근무했습니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마음이 또 따뜻해졌습니다.
총영사관 뒷 마당 주차장은 평소와 다르게 꽉 찼습니다. 주차 공간을 비워주기 위해서라도 빨리 문상을 마치고 나와야 했습니다.
전 국가원수 누가 서거한다고 하여, 조문소를 찾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조문소를 찾아가면서 운전 중에 왜 눈물이 나왔는지, 왜 <상록수>라는 노래가 저절로 입에 올랐는지, 왜 그렇게 신파조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문상을 가서 울기는, 가족 이외에 처음 겪는 일입니다. 조문소에서 만난 어떤 선배는, 서거 소식을 들은 지난 금요일(토론토 시간), 친구 가족과 모임을 가진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다며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왜 그럴까?'를 자꾸 생각해 봅니다. 내가 뽑은 대통령도 아닌데, 내가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닌데….
굳이 어렵게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이역만리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총영사의 말을 들으니, 조문소를 설치한 월요일에는 1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한인회관에도 설치되었으니 하루 200여명이 문상을 했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한번 가고 싶은데, 꼬마들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내일은 기어코 데리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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