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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죽도록 놀다간 교환교수, 죽자 공부한 교환학생


   일기가 불순한 관계로 캐나다 토론토의 골프 시즌이 일찌감치 시작되었습니다. 빨리 치기 시작한 사람들은, 초봄답지 않게 날이 푹했던 3월부터 필드에 나갔다고 하네요.

   킹스턴의 퀸즈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후배들이 지난 4월말 시험을 다 치르고 캐나다를 떠났습니다.

  골프에 입문한 지 3년째입니다. 올해 들어 필드에 세 번 나갔습니다.

캐나다의 골프장. 가격이 한국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골프의 천국이라 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닙니다. 어느 교환교수는 바로 그 천국 생활만 하다가 돌아갔습니다. 

  골프와 교환학생. 연관성이 전혀 없지만, 나에게는 떠오르는 인물이 연결고리가 되어줍니다. 그 인물은, 한국에서 흔히 교환교수로 부르는 직함을 가지고 토론토에 왔습니다. 그 인물은 교환교수로서,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교환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토론토에 와서 눈비만 오지 않으면 매일 골프를 쳤습니다.

 그의 전공을 밝히면 누군지 금방 알아볼테니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그의 전공이 캐나다에 교환교수로 올 성질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토론토 대학에 교환교수로 적을 두고, 그는 골프장 옆에 집을 얻은 다음 골프장을 학교 삼아 매일 출근했습니다.  90 넘게 치던 이가 싱글이 되어 돌아갔으니, 골프 공부 하나는 확실하게 하고 간 셈입니다.

  그래도 그 자는 "나는 놀러왔다"고, 자격지심 때문인지 자랑하는 건지, 남이 묻지도 않았는데 이야기하고 다녔습니다.

  토론토 대학에 역시 적을 둔 어떤 교환교수라는 자는, 물론 한국에서 왔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아예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학교에 왔길래 토론토대학의 담당 교수인지 조교인지가 "노트북 가져오셨느냐?"고 묻자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아내가 노트북으로 드라마 본다고 하여 못 가져왔는디유."

   이 인간은, 토론토대학 교수에게 점심 내겠다고 왕복 2시간이나 걸리는 한인 식당에까지 꾸역꾸역 올라가기도 했답니다. 이쪽 문화는, 점심을 그렇게 거하게 먹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도...

 교환교수로 온 또 다른 인간은, 대학 동창회 모임에 얼마나 얼굴을 자주 내미는지, 교환교수로 공부하러 온 건지, 동창 찾아 토론토까지 왔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고요. 동포신문이 무슨 대단한 언론이나 된다고 재미도 없고 관심도 끌지 못하는 주제로 칼럼은 또 어찌나 열심히 써대시는지... 앞서 골프만 치신 그 교환교수님도 이쪽 동포방송에 나가시던데, 그의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적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교환교수라고 나와서, 이렇게 재미나게들 노시고, 겨우 동포언론에 얼굴 내민 것을 실적으로 안고 한국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자기 경력에 근사하게 적어넣습니다.

  2010년 토론토대 교환교수로 1년간 연구활동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교환교수가 훨씬 많을 것이고, 그 분들이 내 눈에 띌 리가 없습니다. 공부하러 외국에 온 교수가 한국 사람을 만날 이유가 없으니까. 몬트리올에 교환교수로 왔다는 내 선배한테서 편지 한 장 없는 걸 보면 그런 교수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몇명, 아니 몇 놈은 놀아도 너무 노는 모습이었습니다.  놀아도, 노세 노세 토론토에서 노세 하고,  아주 죽자 하고 놀았습니다.

  반면 내가 만난 교환학생들은 죽자 하고 공부했습니다. 그들은 대학에 갇혀 코피 쏟으며 공부하고, 틈만 나면 견문을 넓히려 돌아다녔습니다. 가장 싼 차표를 끊어 10시간이 넘게 밤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교환교수와 교환학생. 그런데 같은 교환으로 묶이는 교수와 학생은 이렇게 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