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토론토의 신문 방송은 온 종일 추모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문의 톱 기사로 나온 것은 물론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는 그의 죽음과 업적에 대한 해설 및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FM 음악 방송에서는 그의 음악과 더불어 "마이클은 영원히 우리 마음에 살아 있다"는 멘트가 하루 종일 흘러나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을 1면 톱기사로 다룬 캐나다 최대 일간지 <토론토스타>. 퀸시 존스, 샐린 디옹, 마돈나 등 팝계 수퍼스타들의 추모사와 슬퍼하는 팬들의 모습, 마이클 잭슨의 음악적 성취 등을 해설 기사로 다루었다.
평소 이와 같은 뉴스거리가 생길 때마다, 의견을 나누는 중국계 캐네이디언 Jae와 오늘 오전에 만났습니다. 일 때문에 만났으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마이클 잭슨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습니다.
Jae는 마이클 잭슨의 죽음에 팬들이 특히 애통해 하는 까닭을 좀 색다르게 말했습니다. 평소에 마이클 잭슨에 대해 팬들이 가혹하리만큼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랬습니다. 팝의 황제이기는 했으나 마이클 잭슨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게도 그의 음악이 아닌 가십거리에 관심이 더 갔습니다.
베를린의 어느 호텔 발코니에서 아들을 바깥으로 흔들다가 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비난을 사고, 두 차례에 걸친 성추행 혐의로 미움을 받았습니다. 나름대로 본인이 해명을 했으나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스타일은 또 스타일대로 완전 구겼습니다.
뚜렷한 이유가 있는 성형수술에 대해서도, 마이클 잭슨만큼 화제를 모은 인물은 없었을 것입니다. 마치 백인이 되고 싶어 환장한 것처럼 화제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악의에 찬 집요한 관심이었습니다.
팝의 황제 때문에 그렇게들 즐거워 하고, 그의 음악을 그토록 즐기던 이들이, 팝의 황제를 아주 내놓고 조롱하고 비판하고 했습니다.
Jae는 "사람들이 그렇게 대놓고 비판을 가했기 때문에 그가 죽은 뒤 미안한 마음에 훨씬 더 슬퍼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의 말이 맞습니다.
과거 엘비스 프레슬리나 존 레논이 갔을 때는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하긴 엘비스나 존의 경우, 마이클 잭슨만큼 가십거리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흑인이라는 비주류 출신으로 황제에 등극했기 때문에 더욱 더 악의적 관심거리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말을 이쯤 나누다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주류 출신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도 그렇거니와, 생전에 누구보다 많은 비판과 비난에 직면했던 것도 그렇고, 세상을 떠난 뒤에는 비판의 대한 마음의 빚 때문인지 그 어느 누구에 대해서보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도 닮았습니다.
외국 가수인 마이클 잭슨이 갔다는데, 최진실이 갔을 때 이상으로 기분이 꿀꿀합니다. 이 기분의 정체가 뭘까 싶은데, 이전의 글에서 썼듯이 마이클 잭슨과 더불어 대학생활을 시작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여 외국 가수인 마이클 잭슨이 남 같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이렇게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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