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시국선언에 관한 한국 미디어들의 보도를 주의깊게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1980년대 중반 피로감에 젖어 있던 당시 민주화 운동의 불꽃을 다시 지핀 것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교수들의 시국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저에게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대단히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둘째는, 이명박 정부 들어 '괜한 오바'로 MB와 함께 묶여 동네북이 되었던 고대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할 수 있을까, 한다면 그 숫자와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데 관심이 많이 갔기 때문입니다.
시국선언과 관련한 사진조차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한겨레에서 겨우 보게 된 사진입니다. 시국선언을 하고 나오는 성대 교수들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서는 대학사회 지식인들의 시국선언 기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든, 신문의 홈페이지에서든 기사로서의 비중이 아주 작습니다. 내용도 찾기 어려운 터에, 그 의미나 한국 사회에 퍼질 파장 등에 관한 분석 기사는 아예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지식인들이 저렇게들 들고 일어나는데, 왜 포털사이트나 신문에서는 그 내용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1980년대에야 언론이 외부 검열이든 자체 검열이든 검열을 받고 있었으니 그랬다 치고, 쓰고 싶은 대로 소신껏 다 쓸 수 있는 이 시대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기사로서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외국에 사는 저로서는 감을 잡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느 가수와 코미디언의 한 달밖에 안되었다는 연애 관련 기사는 어디를 들어가든 눈에 보입니다. '해설' '분석' 기사가 뒤를 잇습니다. 팬들의 반응마저도 기사가 됩니다. 거의 도배나 다름없습니다. 인기인에 관한 기사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대학 사회 지식인들이 어렵게 낸 목소리가 어찌하여 연예인들의 연애 뉴스에 비해 그렇게 작고 초라하게 되는지, 놀랍고 한편으로는 그 이유가 매우 궁금합니다. 댓글로 궁금증을 풀어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저는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 '죽은 지식인의 사회'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 보니 지식인은 죽은 것이 아니라, 언론에 의해 '살해'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내가 사회를 떠난 지 참 오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사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인촌의 문화계 인사, 촌티가 나도 너무 난다 (8) | 2009.06.19 |
---|---|
아버지로서 더 위대한 농구스타 피셔 (2) | 2009.06.16 |
고대 교수들, 몇배는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5) | 2009.06.08 |
고대 교수들, 고민 참 많겠다 (28) | 2009.06.07 |
맨해튼 '한국 명물' AM Records, 역사 속으로 (4) | 2009.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