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이야기

'~빠 문화'가 해당 주인공에게 도움이 될까?


  김연아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댓글, 그 중에서도 비판 혹은 악성댓글들이 예상 외로 많이 달렸습니다(비판과 악성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나쁜 의미의 '빠 문화'를 접했습니다. 무슨 빠, 누구 빠 하는 말은 많이 들어왔으나 좋은 뜻에서든, 나쁜 뜻에서든 그 성격을 처음 맛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공개적으로 간략하게, 어떤 분은 비밀댓글로 자못 심각하게 김연아 혹은 김연아를 둘러싼 학업 환경 또는 의지에 대해 비판하는 부분에 대해 걱정을 했습니다. 그 내용들은 대체로 이런 것입니다. 

  "용감하시군요. 빠 문화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고 이런 글을 올리시다니…."

  나는 용감해서 올린 것이 아니라, 빠 문화가 무엇인지 몰라서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하달 수 있겠습니다.

 나쁜 의미의 빠 문화를 처음 경험하면서, 이른바 그 '빠'라는 이들이 그들이 영웅시하는 인물을 과연 생각하기나 하는가 하는 생각을 역설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왜 들었는가 하면, 대부분의 악성댓글들은 악성답게 글의 본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제멋대로 해석해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영웅시하는 이에 대한 비판인가, 그가 속한 환경을 포함한 시스템에 관한 비판인가 하는 것은 아예 구분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동안 기자들이 타블로 기사를 왜 쓰지 않는가 의아해 했습니다. 어느 한국 기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거 쓰려면 조심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과연 쓴 기사를 보니, 물증을 통한 검증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고 변죽만 울렸습니다. 썼다가는 무차별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심지어 "글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나의 의견은 절대적으로 옳고, 네 의견은 절대적으로 틀렸으니 삭제하라는 전체주의적인 발상입니다. 네티즌 독재자라는 말을 어느 글에선가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이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내 블로그가 시답잖고 별 영향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비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싫은 모양입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대학가에 나도는 유인물조차도 박멸하려던 독재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는 그들이 과연 김연아의 팬일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그들은 김연아의 팬이 아니라 김연아를 절대적인 신적 존재로 숭배하면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자들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갖게 됩니다. 앞뒤 안가리는 국수주의자들이 진정한 애국자일 수 없듯이, 스타를 신적 존재로 떠받들고 추앙하는 자세도 진정한 팬의 모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국가나 해당 스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만족에 빠져 있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빠들이 추앙하는 당사자들조차도 빠를 싫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빠들 때문에 특정 수퍼 스타에 대해 비판 의견 한 마디 할 수 없게 하는 광적인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아니 그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스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악성 댓글을 다는 빠들보다 그렇지 않은 팬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 또한 이번에 확인한 것입니다. 

*오비이락인지, 이번 빠들의 합창이 있고 난 후 내 노트북에서 블로그를 열 때마다 "이곳을 열면 심각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니 알아서 하셔" 하는 붉은색 경고문이 뜹니다. 진심으로 오비이락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