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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백인은 먼저 쳐도 죄가 되지 않는다?

  토론토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으로 며칠새 신문들이 시끌벅적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인구 2만명 작은 도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한인 학생과 백인 학생 사이의 주먹다짐입니다.

  4월21일 체육시간에 "Furking Chin"이라는 욕설과 함께 백인 학생이 한국 학생을 가격했습니다. 한국 학생의 입술이 터졌습니다. "Chin(친)"이라는 말은, 이곳의 백인들이 동양인을 비하하여 쓰는 인종차별적인 속어입니다. 
  
  '친'도 아니고, '퍼킹친'에다 주먹에 맞아 입술까지 터졌다 하니, 골욕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한인 학생은 평소 아버지에게 배운 태권도 실력으로 맞대응을 했다고 합니다. 타격의 강도를 줄이기 위해 왼손으로 쳤는데도, 백인 학생의 코뼈가 부러졌습니다.

  학교가 난리가 나고 경찰이 왔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고교의 학교 폭력에 경찰이 개입합니다.

  경찰은 다짜고짜 한인 학생만을 기소하고, 학교는 한국 학생에게 정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또 부모를 불러다가 "이곳에 남아 있으면 퇴학 당할지 모르니 전학을 가라"고 종용했다고 합니다.

  사건이 이렇게만 전개되었다면, 캐나다에 산다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또 외국살이가 참 서러웠을 것입니다.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풀려나가자 그 학교 학생 400명이 들고 있어났습니다. 항의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고 등교한 학생들은 "명백한 인종차별인데 왜 한국 학생만 기소하는가" 하고 항의했습니다. 전교생 가운데 유색 인종은 10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백인이었다고 합니다.

  지역주민들의 여론 또한 한국 학생에게 우호적입니다. "무식한 인종차별주의자들 때문에 우리 동네 이미지 다 버린다"며 경찰에 어필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론이 들고 일어나고, 주요 신문에 대서특필되면서 문제가 확산되자 경찰은 전면 재조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한국 학생의 부모도 학교가 종용하는 전학을 택하는 대신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단단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같은 일이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쐐기를 박자고 야무지게 결정했습니다. 5년 전에 이민을 온 신참 이민자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저도, 딱 한번 "친"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 있습니다.  "나, 친 아니거든? 코리언이거든?"이라며 흰소리로 맞받아쳤으나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더럽게 나빴씁니다. 지방에라도 가게 되면, 동양인을 대하는 덜 떨어진 백인들의 인종차별적인 언사나 행동을 드물게나마 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으로서 기분이 정말 나쁩니다.

  한국 사람이 외국 나가서 극소수 무식한 백인 놈들에게 인종차별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불쾌하고 서럽습니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인종차별하지 맙시다. 

  그리고 캐나다의 15세 한국인 학생에게 모국에서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학생은 정학을 받아,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특수시설에 '격리'되어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