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박정현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한국의 분위기는 잘 모르겠으나 박정현이 이곳에서 인기를 더 많이 모으는 이유에는, 이민자의 딸이라는 요소가 하나 더 있을 것 같습니다.
박정현이 졸업하는 바람에 한국 방송을 보는 재미가 하나 줄어들어서 아쉽지만 박정현이라는 명가수를 얻게 되었으니, 참 행복한 일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박정현의 <나 가거든>을 듣습니다(유튜브가 아닌 사이트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요즘 차에 오르기만 하면 박정현 노래를 듣습니다. 역시 박정현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곳의 팬이, 음원을 사서 직접 구운 CD를 얻었습니다. 그것으로 또 분양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박정현은 누가 뭐래도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낳은 수퍼스타입니다. 임재범이 그렇다곤 하지만 박정현에 비하자면 약해 보입니다. 이제 박정현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저씨들이 좋아하면 절대 흔들리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토론토의 아저씨들이 그러하니...
나가수에 나오기 전만 해도 그저 '노래 잘 하는 가수' 정도로 알려진 박정현이, 나가수를 통해 수퍼스타가 된 이유는 그 노래 잘함을 최선으로 내세우는 프로그램의 성격 때문입니다. 박정현은 나가수를 제대로 이용했고, 나가수 또한 박정현을 제대로 팔아먹었습니다. 나가수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박정현과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김범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수 박정현을 수퍼스타 박정현으로 만든 이유를 꼽아봅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첫째. 노래를 잘 합니다. 보통 잘 하는 게 아니라 가슴을 저미도록 잘 합니다. 가슴을 저미게 한다 함은 노래에 대한 해석력과 이해도가 뛰어나고 깊음을 의미합니다. 노래가 지닌 의미와 힘을 자기 감정으로 소화하는 데 천부적인 재질이 있습니다. 노래를 자기화하여 드러내니, 어떤 노래를 불러도 그 노래는 곧 '박정현의 예술'이 되어 버립니다.
둘째. 노래에 절제가 있습니다. 넘쳐도 될 법한 곳에서도 박정현은 절대 넘치지 않습니다. 감정의 과잉이 보이지 않습니다. 글을 쓰면서 작가가 먼저 감동하면, 그 감동의 힘은 허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절제를 하면 할수록 글에는 힘이 생깁니다. 힘이 있는 감동은 깊고 오래갑니다. 박정현의 노래가 그렇습니다. 감동의 과잉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절제력. 남다룬 재능이자 재주입니다.
셋째. 흔들리지 않습니다. 장혜진이 박정현을 보고 평가했습니다. "흔들림이 없어." 기복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매체에서 분석한 것을 보니, 박정현은 한번 7위한 것을 빼고는 모두 3위권 안에 들었습니다. 1위만 세 번을 기록하여, 평균에서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어느 노래를 불러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넷째. 엄살을 부리거나 징징대지 않습니다. 나가수에 출연한 많은 가수들이 몸이 아프다거나, 잠을 자지 못했다거나, 목이 아프다거나 하면서, 내가 보기에, 꼴보기 싫을 정도로 징징댔습니다. 백지영 장혜진 이소라 김범수는 말할 것도 없고 막판에는 윤도현마저 그랬습니다. 징징대지 않은 가수로는 BMK와 박정현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박정현은 콘서트를 막 끝마친 후 약간 피곤해 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 이렇다 저렇다 변명할 핑계거리를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잠을 못 자거나, 목이 아프다거나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나는 프로답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프든 말든, 잠을 자든 못 자든, 그것은 핑계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프로라면 말할 거리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몸관리, 목관리도, 감정관리도 프로들에게는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입니다. 곧 실력입니다.그런 점에서도, 박정현은 단연 1등입니다.
다섯째. 나가수는 가수가 말도 많이 해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박정현의 말에서는 꾸밈이 없습니다. 말로 잘 보이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노래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에서도 과잉이 없습니다.
여섯째. 행동과 처신이 깔끔합니다. 다른 몇몇 가수들은, 본인이 했건 안했건 이런 저런 루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박정현은 그런 루머에서조차도 자유롭습니다. 그것은 평소의 행동과 말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깔끔하니 안티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일곱번째. 나는 박정현을 보면서 골프의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을 여러번 떠올렸습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서, 곧잘 흔들리던 박세리와 비교되던 여제. 어느 골프 평론가가 두 선수를 두고 내린 결론은 "우리 선수들이 공부를 제때 하지 못한 게 이런 데서 드러난다.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엘리트 체육 교육의 한계를 드러내는 장면이었습니다. 박정현은 가수 치고는 공부를 잘 했고, 그것도 아주 좋은 대학에서 제대로 한 엘리트입니다. 그 공부가 가수로서 예술을 하는 데서도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데뷔 14년차이면 내공이 쌓여서 실력으로 차고 넘칠 때입니다. 이제, 박정현 공연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슈퍼주니어 찾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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