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대학의 서클실 책상에는
늘 공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어느 서클이고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공책은 만능 잡기장이었다.
공지도 하고, 낙서도 하고,
마음속 말도 쓰고,
싸움도 하고, 요즘 말로 썸도 타고.
나는 그 공책에서 이런 내용을
가장 좋아했다.
"학사로 술먹으러 간다.
쓸쓸한 사람은 와라."
"이대앞 000 시낭송회에 가니
우제는 이 글 보면 와라."
"이번 금요일 00여대와
공동합평회. 필참!"
'언집' 혹은 '언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잡기장이었으니,
거기에는 온갖 소리들이 난무했다.
우리 서클은, 게다가 문학회여서
모두들 강철 같은 '이빨'을 자랑했다.
글로 서로를 물어뜯으며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은 예삿일.
모두가 예민하고 자존감 드높았으나
그래도 그때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고 상처를 주고 받아도
요즘 페이스북처럼
서로를 차단하지 않았다.
싸우고 상처받고 화해하고 위로받고
그랬다. 그런 과정을 자연스레
되풀이할 만큼 모두가 순수하고,
서로를 믿었고, 무엇보다 유연했다.
나는 합평회에서 여럿이서
폼잡고 시를 난도질하며
읽는 것보다
혼자서 잡기장 읽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
모두들 느긋하게 긴장 풀고,
형식 따위는 팽개치고,
난도질 같은 것은 신경도 안 쓰고
쓴 글들이니
나도 긴장 풀고 느긋하게
글들을 즐길 수 있었다.
얻어터질까 봐
한번도 내놓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내 눈에는,
잡기장에 오른 글들이 합평회에
나오는 글보다 좋아보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한 글들이
있었다. 아니, 글보다 글씨를 좋아했다.
글씨가 좋으면 글은 더 좋아보였다.
단정하고 예쁜 글씨체를
가진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나는 그들의 글을 사랑했다.
그들이 언집에 글을 남기면
기다리던 편지를 받은 듯
아껴가며 천천히 읽었다.
문학회 내에서
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치고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없었다.
글씨를 단정하게 쓰는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했다.
얼마 전 바로 그
문학회 선배였던 이희중 형이
새로 나온 시집을 보내주었다.
외국에 사는 후배들은
모두 받은 모양이다.
나는, 형의 그 마음을,
시집을 넘기자마자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 문학회 잡기장에서 보던
바로 그 단정하고 예쁜 글씨다.
단정하고 예쁠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글씨가 맑아보였다.
파란색 만년필로 쓴 글씨.
물기가 많은
투명한 파란색이다.
마침표도 없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단순하고 단정하다.
시집을 받자마자
이 글씨를 한참 들여다 보았다.
이 글씨만 보고서도
이 시집을 다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글씨, 이런 글, 이런 느낌,
실로 오랜만이다.
이 시집은, 나와 관계를
맺은 이 세상의 복잡한 정체를
투명하게 그리고 있을 것이다.
단순하고 정밀하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늘 끼고 사는 랩탑
바로 옆에 이 시집이 놓일 자리를
만들었다.
하루 한 편씩,
꽂감 빼먹듯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참이다.
*다음은 ① 만성피로(원기회복) ② 미세먼지로 인한 비염·축농증 ③ 분노조절 장애 · ADHD ④ 아토피, 건선과 관계있는 분만 보세요. 링크 : http://cafe.daum.net/drkimcanada/QXTI/1 나홀로잡지 <위클리성우제>가 추천· 소개하는, 비염 축농증, 아토피 건선, 분노조절 장애 및 피로(원기회복)를 다스리는 기능성 건강보조제입니다. 모두 캐나다산 생약 성분. 나홀로잡지를 통해 구입 사용한 분들이 "효과가 있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http://cafe.daum.net/drkimcanada/Qh7R 캐나다의 대표 병원 가운데 하나인 토론토 마운트사이나이 병원 한방과에서 진료중인 제 한의사 친구가 있습니다. 아래는 김제곤 한의사의 홈페이지입니다. https://www.jacobkimacupuncture.com/ 김제곤 한의사는 20년에 걸친 연구와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비염·축농증, 아토피·건선 피부병, 분노조절 장애·ADHD, 만성피로와 원기 회복에 좋은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능성 제품들은 100% 천연허브로 만든 캡슐형 생약입니다. 허브 원료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Health Canada와 미국 식약청(FDA) 안전검사를 모두 통과한 최고급입니다. 화학성분이 가미되지 않아 부작용(side effect)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김제곤 한의사가 일해온 캐나다와 미국에 주로 공급돼 왔는데, 나홀로잡지 <위클리성우제>를 통해 한국에 소개합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 카페 메뉴로 가시면 http://cafe.daum.net/drkimcanada/QXTI/1 구체적인 제품 소개와 주문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
'문화 예술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형도 시인 '동생' 유재복 시인 (0) | 2018.04.19 |
---|---|
하키 단일팀 구성의 핵심 문제였던 것 (0) | 2018.01.19 |
폴란드 맥주 지비에츠와 마리아 할머니 (0) | 2017.11.13 |
예쁜 글씨에 대한 로망 (0) | 2017.08.02 |
'10대 가수'에 못 넣어 정말 아쉬운... (0) | 2017.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