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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학

나가수에 소개하고 싶은 가수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한국 사람이 모이는 어디를 가든 나가수가 화제이다.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답게 노래다운 노래를 정말 오랜만에 들을 수 있으니 그런 모양이다. 토론토의 한국식당에서도 나가수의 노래가 들리고, 나가수의 팬인 어떤 분은 아예 CD를 구워 내게 선물로 주었다. 시청률이 얼마다를 떠나서, 노래가 갖고 있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 좋은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열망해 왔는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많이 기쁜 것은, 10여년 전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줄창 써온 기사의 내용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장르, 특히 댄스음악이 주류를 점하면서 다른 여타 장르를 모두 죽여버리는 대중음악의 획일성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더랬다. 그 획일성에는 여자 가수 '기근'도 포함되어 있는데, 오빠부대가 극성을 떨면서 여가수들은 한때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그때, 성인 대중음악 곧 Adult Contemporary가 살아야 대중음악이 산다는 기사를 쓰면서 만났던 노래 잘 하는 가수들이 요즘 나가수에 많이 나오니 더 반갑다. 그때 나가수의 가수 중 김건모 이소라 윤도현 조관우 장혜진을 만났었다.

  그냥 나가수의 팬으로서, 다음에는 어떤 가수가 나올까 궁금해 하기도 하고 누가 나왔으면좋겠다 하고 기대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괜한 걱정까지 하게 된다. 여가수가 없잖아 하고...

 임정희가 있잖아 하면서도 "임정희는 언제든 쓸 수 있는 조커인데 빨리 쓰면 아깝잖아" 하는 별걱정을 다 한다. 이런 걸 보고 걱정도 팔자다라고 한다. 아님 너나 잘 하세요라든가...

  그러면서 문득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서문탁이다. 나는 그녀가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와 레드 제플린의 <Rock n Roll> 부르는 모습을 보고, 바로 연락해 만났었다. 


록 고정관념에 반기 든 여성 로커 서문탁
여성 로커 서문탁, 폭발적 가창력으로 록 열기 되살려
[547호] 2000년 04월 20일 (목) 成宇濟 기자
지난해 10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한 여성 가수가 전국을 돌며 록음악의 열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70㎝의 큰 키에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갖춘 이 가수는 지난 1월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대전 전주 부산 등지로 순회 공연을 나섰는데, 공연장마다 젊은 관객으로 들끓었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에 발표한 첫 음반 <아수라>는 12만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신인인 데다 정통 여성 로커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선하고 놀라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매력은 먼저 중성적인 데서 연유한다. 서문탁이라는 독특한 이름도 그러하거니와, 그녀가 구사하는 창법이나 목소리의 파워도 웬만한 남성 로커를 압도한다. 3옥타브 반을 오르내리는 목소리는 거칠고 굵은 저음과 폭발할 듯 내지르는 고음에서 빛난다. 남성처럼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더불어 여성으로서의 강력함을 두루 갖춘 셈이다.

대중이 이 신인 로커에게 열광하는 까닭은, 한국 대중 음악에서 이처럼 강력한 여성 보컬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중 음악에 여성 로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소 가벼운 모던록 계열의 목소리는 록음악 특유의 무겁고 시원시원한 성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서씨는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공연장을 찾아온 사람을 모두 만족시켜 주고 싶다는 그녀는, 록음악을 하면서도 대중성에 무게를 많이 두는 의외성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록음악을 말할 때, 저항과 자유 정신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물론 록음악이 태동한 1950~1960년대 구미의 사회 상황이 그같은 정신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록음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믿는다.”

서씨는 그같은 믿음을 일종의 고정 관념 깨기라고 말했다. 록음악의 전통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답습이 아니라 변화한 사회 환경에 새롭게 맞추어가야 가능하리라는 얘기이다. “저항 정신만 너무 앞세우다가 한국 록음악은 오히려 손해를 많이 본 것 같다. 제대로 반항한 것도 없으면서 말로만 떠든 것 같기도 하고….” 록음악의 기본 정신이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이라면, 그녀는 록음악에 대한 한국의 고정 관념에 저항하고 싶다는 것이다.

비록 신인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고교 시절부터 무대에 섰으며, 언더그라운드에서도 활동한 만만치 않은 이력을 지니고 있다. 서씨는 4월9~30일 서울에서 다시 공연(정동문화예술회관·문의 02-3775-4315)하며, 대학 축전이 시작되는 5월 초부터 가장 인기 있는 초청 가수로 예약되어 있다.


  이후 내가 외국으로 오는 바람에 어찌 성장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이곳에서 보면 가진 실력에 비해 많이 크질 못했다. 하긴 박정현 김범수, 임재범까지 나가수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을 정도이니, 숨은 보물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묻혔을지도 모르겠다.


   나가수 자문위원도 아니고,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닌데 나가수에 나갈 가수에 대한 그림이 은연중에 그려진다. 가창력은 기본이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무대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 히트곡이 최소 1~2곡은 있어야 하지만 더 많을수록 좋다. 이승철 신승훈처럼 노래 실력이 출중한 이들이 나오면 좋겠으나 그들은, 내가 보기에 절대 나오지 않는다. 저울질 하면서 나오지 않겠다는 가수를 굳이 부를 이유는 없다. 

  대신 제2의 임재범 박정현 김범수를 찾아, 기존의 이승철 신승훈보다 훨씬 더 뛰어난 모습을 모여주면 좋겠는데, 여자 가수로서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가 서문탁이다.
 
  노래를 듣고 판단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