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김훤주가 박진영의 언설에서 받은 감동을, 문단의 선후배 관계에 빗대어 쓴 글이 있습니다.
박진영의 말을 좋게만 해석한 것 같아 내가 아는 실상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 실상이란 연예판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듣거나 경험했음직한, 박진영에 대한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오늘 인터넷에 오른 뉴스를 보니 박진영이 2PM의 재범군에 대해 공식입장이라는 것을 발표했더군요.
재범군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그 내용이 정리가 된 줄 알았습니다. 과거 친구와 나누던 사적인 이야기를 굳이 끄집어내어 문제 삼는 것이 더 문제고, 그가 말했다는 것이 한국식의 해석이 아니라 영어권에서 쓰는 의미로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표현이었다는 것(우리 딸도 Hate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씁니다), 잘못된 국수주의 혹은 애국주의와 선정적인 언론의 합작품, 곧 마녀사냥이었다는 쪽으로 정리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외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문화 차이에서 오는 한국내에서의 갈등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 저렇게 균형이 잡히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뉴스에 오른 박진영의 말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재범은 많은 이들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죄송하고 부끄러워 무대에 설 수 없다고 했다. 6명의 아이들이 피땀 흘려 준비한 만큼 자기 때문에 활동을 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자기가 서둘러 2PM을 탈퇴하고 떠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고 했다. 내 생각도 재범군과 같다. 내가 재범군을 끝까지 붙잡지 않은 이유는 재범이가 지금 2PM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재범이 전체 인생을 놓고 보자면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범이가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해질 기회를 갖는다면, 그는 더 크게 날아오를 수도 있다. 재범이에게 쏟아졌던 비난이 과했다고 생각했던 것만큼, 지금 당장 재범군의 탈퇴철회를 요구하는 것도 조금 과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작금의 한국 분위기는 걱정도 되고 좀 무섭기도 합니다. 외국에 살아도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입니다. 외국에서 자란 한국 아이가, 자기가 자란 곳의 정서대로 말을 했다고 하여, 그 진의를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석하여, 그것도 몇년 전에 사적으로 했던 말을 문제 삼아 '퇴출'시킨다는 것은 멀리서 보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마녀사냥입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웬일입니까?
재범군이 어릴 적에 그를 뽑아 4년이나 훈련시켜 무대에 내보낸 제작자라는 자가, 그를 몰아붙인 마녀사냥꾼들보다 훨씬 야비하고 기회주의적인 모습으로 그를 눌러버립니다. 말은 그럴싸합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그저 번지르르할 뿐입니다.
우선, 재범군 본인이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는지부터 의문입니다. 친구들과 일상적으로 가볍게 쓰는 말이 곡해되어 자기를 죽이려드는데,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재범군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말을 한국에서 저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뿐입니다. 그는 자기 말에 대해 뉘우치기보다는 문화 차이에 대해 경악했을 것입니다.
그가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본인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어쨌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를 비난하는 내용 자체가 '팩트'와는 상관없는 터무니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범군이 2PM을 하고 안하고가 그의 전체 인생에서 놓고 보자면 큰 일이 아니다?
연예 강국으로 급부상한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이민 3세 아이가 한국으로 건너간다는 것은 인생을 건 결단이자 모험입니다. 그의 부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민자가 현지에 동화하는 것은 이민 3세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현지인이나 다름없는 10대 청소년이, 외국이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활동하려고 건너간다는 것은 인생 전체를 건 일입니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시간이 좀더 지나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입대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재범군이 늘 푸근하게 감싸줄 것이라 여긴 할아버지 아버지의 나라에서 자기 의도가 곡해되어 억울하게 퇴출되었는데, 그런데도 인생에서 큰 일이 아니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자기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4년을 연습생으로 지냈다면 그 세월만으로도 '큰 일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박진영은 2PM을 하고 안하고가 큰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 가수가 되겠다고 모국으로 건너갔다가, 이런 오해를 받고 되돌아왔다면 그 부모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억장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재범군의 인생에서는 큰 일인 것입니다.
재범군은 한국에 처음 갔을 때 한국말이 어눌했을 터이고, 한국문화는 더 낯설었을 것입니다. 연예인으로서 코리언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말과 문화를 열심히 익혔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게 그의 인생에서 큰일이 아니라고, 그것도 그를 뽑아 훈련시킨 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니 기가 막힐 일입니다.
박진영이 재범군에게 쏟아진 비난이 과연 "과했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 비난이 과한 것이었다면, 탈퇴 철회 요구는 과한 것을 되돌려놓는 정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탈퇴 철회라는 요구 또한 과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재범군의 탈퇴를 두고 벌어진 찬반 양론에 대해 이리 저리 눈치를 보면서 빠져나가려 하는 비겁함으로밖에 비치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로부터 욕먹지 않겠다는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무대를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그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후에 만일 그가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 때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답니다. 한때 미국에서 살았다는 박진영이 재범군의 처지와 진짜 심경을 모르고 저런 말을 하는지, 알고도 한국내 안티세력들의 눈치나 살피며 모른 척하는지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진정성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그의 말에서 재범군에 대한 배려보다는 '구설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어린 재범군을 픽업해 한국에 데려가 훈련시키고 가수로 데뷔시킨 이는 바로 박진영입니다. 그는 재범군의 인생을 바꾼 선생과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극단적 애국주의에 사로잡혀 마녀사냥에 나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과 그것을 부채질한 사이비 언론들이 재범군을 죽였다면, 박진영의 언설은 부관참시나 다름없습니다. 잘못도 없는 자기 제자를 위해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눈치를 보며 씹던 껌처럼 쉽게 버리는, 비겁하고 뻔뻔하고 몰지각한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때 미국에서 살아서 영어를 잘 한다는 박진영이,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건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적극 방어해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박진영에 대한 기대로는 '과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의 어린 자식 데려다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본인이 아닌, 남들이 나서서 균형을 잡아주었는데도 말입니다.
박진영이 데뷔할 때부터 그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습니다. 가수 비를 뉴욕 무대에 세울 때도 실상은 어떠했다는 말이 비공식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박진영이 하는 행태를 보니 그 악소문이 소문만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진영식으로 말해서, 참 여러모로 대단한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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