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담배를 쉽게 끊은 방법

   

    얼마전 담배에서 다시 벗어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담배를 다시 경험하고, 또 다시 끊으면서 담배가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 것인가를 새삼 절감했습니다. 몸에 박힌 이른바 그 '인'이라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이었습니다. 니코틴에 젖은 몸이, 니코틴이 필요하여 그것을 부르는 바로 그 순간, 정신은 아득하고, 몸은 벌벌 떨릴 지경입니다. 게다가 일을 마치고 난 후 약간 피곤해 있을 무렵의 담배 한 대는 천상의 음식인 양 감미롭습니다.

   이렇듯 중독성이 강한 담배를 단칼에 그냥 끊기는 참 어렵습니다. 인생살이가 고통스러워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기도 하는데 그까짓 담배 하나 끊지 못하느냐는 사람도 있으나, 니코틴을 채워주지 않으면 몸 자체가 멍해지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그 순간들은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것을 참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역입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8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나는 담배를 비교적 쉽게 끊었습니다. 8년 전에는 세번째 시도에서 성공했었고, 얼마전에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Nico Derm이라는 파스처럼 붙이는 패치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2001년 2월 뉴욕에 갔을 때 골초였던 후배가 "담배 끊을 마음 있으면 사용해봐요"라면서 건네준 선물이 바로 위 사진의 물건이었습니다. 이미 두 번이나 실패했었고, 또 당시 딱히 재미나는 이벤트도 없고, 그렇다고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할 수도 없던 그때 재미삼아 패치를 붙여보았습니다. 21mg짜리였습니다.

  하루 종일 패치에서 몸안으로 니코틴을 팡팡 쏘아주니, 니코틴 부족으로 인한 금단 증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손이 허전하다는 느낌뿐이었습니다. 당시 패치를 붙이고 자다가 심장이 뛰는 바람에 놀라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하루 한 갑 이상을 피는 골초였으나, 이번에는 금단 증상만을 느끼는 정도여서 2단계부터 시작했습니다. 7mg짜리인 3단계로도 갈 수 있었으나 코스코에 가보니 같은 가격이었습니다. 마침 $15.99로 $10.00 정도 세일 중이었습니다. 니코틴도 욕심이 나서, '이왕이면…' 하고 14mg짜리 2단계를 샀습니다. 패치는 7장이 들어 있었고 1주일치였습니다.

  과거에는 파스처럼 천으로 되어 있었으나 이번에 보니 투명한 비닐이었습니다. 아침에 붙이자마자, 붙인 곳이 불에 데인 듯 뜨거웠습니다. 금단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패치에서 하루 종일 몸안으로 니코틴을 넣어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마침 그날 저녁 술 약속이 있던 참에, 시험삼아 담배 한 대를 얻어 피웠습니다. 니코틴이 이미 몸안 가득 든 상태였으니, 담배 맛이 날 리가 없습니다.

  그 이튿날에도 붙였는데 떼는 걸 잊고 잠을 잤습니다. 역시 가슴이 뛰는 바람에 잠을 설쳤습니다. 다음날에도 새로 붙였더니 하루 종일 담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나흘 연속 붙였습니다. 닷새째 되는 날에는 귀찮아서 붙이지 않았습니다. 금단 증상이 약간 느껴지기는 했으나 참을 만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남이 담배 피는 모습을 보아도 별 감흥이 없고 별로 당기지도 않습니다. 8년 넘게 지켜오다가 잠깐 '외도'를 했던 까닭에 피지 않는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담배를 단칼에 끊겠다며 일부러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본인이 괴롭고, 금단증상으로 인한 신경질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괴롭습니다. 자기 의지를 시험하겠다고 힘쓸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담배가 그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