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반적으로 주문하는 것이 '레귤러'와 '더블더블'. 레귤러는 '설탕 한 스푼, 크림 하나', 더블더블은 말 그대로 '두 개, 두 개'이다.
커피를 즐기는 이들 가운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커피는 블랙으로 마셔야 제대로 마시는 것이다." "설탕을 넣는 사람은 커피 맛을 모른다."
이런 기준을 놓고 보면 핀란드와 더불어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는 캐나다 사람들은 뭘 모르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다. 과연 그럴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크림은 들어갔으나 설탕은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크림을 이렇게 듬뿍 넣으면 커피가 고소해집니다. 인스턴트가 아닌 진짜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많이 넣고 먹으면 그 진미를 알게 됩니다. 구글에서 빌려온 사진.
커피야 어차피 기호 음료인데, 커피에 설탕을 쳐먹든 크림, 위스키, 심지어 과거 한국의 다방에서 그랬듯이 계란 노른자를 넣어먹든 그것은 먹는 사람 맘대로이다. 개인의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과거 한국에서는 모닝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넣어 먹은 적이 있다. 어떤 이들은 모닝커피에 들어가는 계란이 '모닝'인 줄 알고 이렇게도 주문했다고 한다. "김양아, 모닝커피 한잔. 모닝는 빼고….")
나는 커피를 주로 블랙으로 마신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인데, 첫째는 제대로 된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면서 시작을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그냥 습관일 뿐이다. 두번째는, 다른 첨가물을 섞어 마시는 것보다는 맛이 깔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사람과 좋은 예술과 좋은 커피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뒷맛이 좋다는 것이다. 사람과 예술에 대해서야 굳이 설명이 필요없겠다. 좋은 커피의 경우 블랙으로 마시면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남는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난 다음 커피잔에 남아 있는 커피향을 맡아보면, 커피가 얼마나 향긋한 음료인지 금방 알게 된다.
커피 마니아로 자처하던 시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강요하다시피 했다. 같은 돈인데 이 좋은 커피를 놔두고 왜 인스턴트를 마시는가 하고…. 그런데 커피의 천국이나 다름없는 캐나다에 살고 보니 그 강요가 참 터무니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의 봉지 커피믹스도 나름대로의 맛과 멋이 있다.
하물며 커피에 설탕이나 크림을 타서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커피 자체는 산지별로 다른 것을 섞어 마시면 맛과 향이 더욱 풍부해진다. 거기에 더해 설탕이나 크림까지 넣는다면, 블랙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롭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에스프레소를 원액으로 하여 만드는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는, 바로 우유를 이용하여 만든 커피의 한 갈래이다. 거기에 계피 가루를 치든 고춧가루를 치든 그것은 개인의 취향일 따름이다.
나에게 가장 맛있는 커피는 대학 4학년 11월에 마셨던 자판기 커피였다. 중앙도서관 3층에서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넣으면 나오던 바로 그것. 그때 손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자판기 커피로 인해, 그때의 바로 그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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