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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커피 마니아의 맛있는 커피 만들기(1)


  한국에 살 적에 한때 맛있는 커피에 거의 미쳐 돌아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마니아 소리를 들으며 여러 잡지에 기고도 하고 방송에까지 출연했으니, 남들이 보기에 미치기는 미쳤던 모양입니다. 그런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집에서 커피를 어떻게 만들어먹는가 하는 것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맛있는 커피라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신선한 콩'입니다. 커피는 생선회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다. 회의 생명은 신선함입니다. 오래된 생선회를 먹을 수 없듯이, 볶은 지 오래된 커피는 향이 다 날아가버려 커피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저 쓰기만 합니다.

  


  지금 제가 집에서 내려마시는 커피는 이것입니다.
  
 캐나다에 와서 커피 잘 한다는 전문 커피점을 여러 곳 찾아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도 많이 생긴 커피를 직접 볶는 집들입니다. 한국에 비하면 훨씬 싸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고, 떨어질 때마다 찾아가기가 매우 번거럽습니다. 팀호튼스, 스타벅스, 세컨컵, 티모시 등 커피 프랜차이즈와 그로서리 수퍼마켓에서 파는 커피 등을 사다가 비교를 해봤더니, 위 사진의 커피가 제 입맛에는 가장 맞았습니다. 입맛에 맞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무엇보다 좋습니다. 가격도 2파운드(907g)에 14달러(1만4천원) 정도 하니, 꽤 저렴합니다. 한국에서는 100g에 5천원 정도 주고 산 기억이 납니다. 더 맛있는 비싼 커피도 있기는 합니다만, 일단 구하기가 쉽고 값이 좋아 8년째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 봉지에서 커피통에 조금씩 덜어내서 마시고, 봉지는 밀봉해서 냉동실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향이 오래 간다고 합니다.




  커피가 반질반질 아주 맛나게 생겼지요? 커피콩이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커피콩을 갈아서 필터에 넣고 찍은 사진입니다. 

  위의 제품은 코스코에서 직접 만들어파는 상품입니다. 상표 이름은 KIRKLAND입니다. 볶음의 정도는 8단계 가운데 7등급 정도되는 'Espress Blend'입니다. 제가 이것을 선택해서 권했더니 주변에서 이 커피 애용자들이 조금 생겼습니다. 한국에 가면서 이 커피를 들고 갔더니, 한국 코스코에도 있다고 했습니다. 맛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Blend의 의미는 여러 커피를 섞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탄자니아, 페루, 에티오피아, 베트남 등에서 나는 커피를 서너 가지 섞으면 맛이 깊고 풍부해집니다. 


 
 이 커피를 또 좋아하게 된 이유는 'Fair Trade'(공정거래) 마크가 붙어 있는 유기농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페어트레이드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커피콩은 이렇게 갈았습니다.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커피 그라인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수동이고, 또 하나는 자동입니다. 수동으로는 독일제 작센하우스 제품을 2개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재산 목록에 들어가는 것들입니다. 수동으로 갈면 맛은 좋으나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하여, 평소에는 자동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브라운을 쓰다가 고장이 나서, 해밀턴비치라는 제품으로 바꾸었습니다. 갈릴 때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브라운과는 달리, 한번 누르면 자동으로 갈립니다. 물론 갈리는 정도를 나누는 등급이 있는데, 드립하는 것이니만큼 중간 정도의 입자 크기에 맞춰놓습니다.


 내려먹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드립퍼와 서버입니다. 드립퍼는, 칼리타, 메리타, 고노 등 세 종류가 가장 유명합니다. 저는 한국에서부터 썼던 칼리타를 애용합니다. 이곳에서도 필터를 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필터는 일반 커피메이커에서 쓰는 종이 필터입니다. 저 또한 이렇게 내려먹기가 성가셔서 한동안 커피메이커를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커피메이커의 유리 주전자가 깨지는 바람에 다시금 내려먹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커피메이커도 눈에 띄지 않고….

  


  


커피 전용 주전자입니다. 커피 드립 문화를 발전시킨 일본의 제품입니다. 전용 주전자를 사용하면 뜨거운 물을 드립퍼에 일정한 물줄기로 부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손을 돌려가며 살살 부어야 커피가 함유한 성분을 물이 제대로 씻어내립니다. 커피메이커보다 커피가 진하고 맛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물은 따로 끓여 전용 주전자로 옮깁니다.


신선한 커피는, 커피가 함유하고 있는 가스 때문에 물을 부으면 이렇게 부풀어오릅니다. 부풀어오르기의 여부를 가지고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향이 달아난 오래된 커피는 부풀어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여 내린 커피입니다. 말도 많고 사진도 많아 절차가 꽤 복잡해 보일 수도 있으나 대단히 간편한 방법입니다. 커피를 이렇게 만들기 때문에 '끓인다'는 표현 대신 '내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