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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진짜 오래 살고 싶은 분들만 보세요

 1993년에 초판이 나온 이문구 선생의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을 최근에서야 읽었습니다. 

  불편함 때문에, 소설을 소설로만 읽을 수 있는 여유을 갖게 된 요즘 들어서야 이문구 소설에 대한 재미를 비로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온 인편에 이문구 소설이 잔뜩 도착하여 그 가운데 처음으로 잡은 작품이 <매월당 김시습>이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이문구 특유의 그 무엇은 없습니다. 지사 혹은 시인으로서의 매월당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가운데 하나는, 사육신을 찢어죽인 세조 반정의 공신들, 이를테면 정인지 신숙주와 같은 배신자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들은 공신이 되어 사육신을 비롯하여 역적으로 몰려 죽은 이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나눠가집니다. 남자들은 다 죽이고, 부인과 첩, 딸 들은 노비로 삼습니다. 게다가 신숙주는 단종의 왕비까지 자기 노비로 달라고 했답니다. 세조가 차마 그것은 들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대의 시대 풍경 묘사, 매월당의 절망, 천재 시인 매월당의 시편 등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문구 소설 특유의 맛은 덜합니다. 읽기에 불편하고 재미가 덜해 일독을 권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었으니,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되새겨봄직 합니다.

  매월당은 말합니다.

  어떤 위생서에 사람의 목숨을 늘이는 방법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는데, 왈 말을 삼가고, 왈 먹성을 삼가고, 왈 잠을 덜 자고, 왈 욕심을 덜고, 왈 기쁨과 노여움을 삼가라 운운했으니 한번 새겨볼 만한 것이니라. 대개 말에 정도를 잃으면 허물과 근심이 생기고, 음식에 때를 잃으면 탈과 피로가 생기고, 욕심이 많으면 위험과 변고가 생기고, 잠이 많으면 게으름이 생기고, 기쁨과 노여움에 절도를 잃으면 성명(性命)을 보전할 수가 없으니, 네 어떠냐? 이 다섯 가지가 진원(眞元·사람의 원기)일진대, 진원을 잃고 나면 그 다음에 비록 얻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 얻는다는 것이 죽음 말고 뭣이 있겠느냐?

 한번 새겨봄직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