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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운동화를 새로 샀습니다

  

  운동화를 새로 샀습니다. 운동화 한 켤레 사는 것이 뭐 대수로운 일이냐고들 하겠지만 외국에 나와 이민살이하는 이들에게는 운동화가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최근 10년 내외에 이민을 온 이들은 대다수가 화이트컬러 출신입니다. 한국에서라면 운동할 때를 빼고는 운동화를 신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양복에 넥타이 맨 차림에 운동화를 신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여 운동화가 얼마나 가벼운 신발인지, 또 얼마나 실용적인 신발인지 잘 모릅니다. 운동화는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참 좋은 신발입니다.

 

  어제 토론토의 다운타운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들렀다가 우연히 사게 된 신발입니다. 차이나타운답게 가격이 엄청 쌌습니다. 20불에 위의 운동화를 샀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신발이 가볍고 편했기 때문입니다.

  이민 1세들은 신발 하나를 구입해도 이렇게 기분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이민 1세 가운데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는 하지 않던 육체노동에 종사하기 때문입니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에게 무기 다음으로 중요한 장비가 군화입니다. 지리산 빨치산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것이, 겨울철의 부실한 신발이었다고 합니다.

  신발은 이렇게 중요한 제2의 무기입니다. 가볍고 편한 신발을 신어야 덜 피곤합니다. 서울에서는 모르던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된 셈입니다.

  외국에 나와 살게 되면, 삶 자체가 단조롭고 따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좋은 점도 많습니다. 이렇게 작고 단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알고, 또 작은 것에서도 기쁨을 느낍니다. 비단 운동화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드라마도 아껴가며 꽂감 빼먹듯 보고, 소설책 하나도 잘근잘근 음미해가며 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데서 재미를 찾지 못하면 참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 외국생활입니다. 이민 1세의 숙명이니, 수긍하고 순응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