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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마녀' 노무현 '사냥' 당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것은 캐나다 동부 시간으로 22일 오후 8시께였다. 전화 통화를 하던 중에 "어, 텔레비전 자막에 노무현 사망 자막이 나오네?"라고 친구가 전했다. 충격.

  "대한민국이 불쌍하다" "폭동이 일어날 것 같다" "폭동이 아니면 하늘(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신문사를 제어할 수가 없다" 같은 생각이 줄을 이었다.


  지난 4월8일 위의 이미지를 붙인 노무현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bomnamoo0420.tistory.com/entry/노무현을-다시-좋아하게-되다

  '노무현을 다시 좋아하게 되다'라는 제목을 붙였었는데, 그 이유를 정확하게 몰랐었다. 다만 '부탁드립니다' '사과드립니다'라는 두 마디 말의 진정성이 이역만리 토론토에까지 전해졌던 것 같다.

   노무현은 가장 노무현답게 죽었다. 나는, 내가 왜 노무현을 다시 좋아하게 되었나를 지금 비로소 깨닫는다. 노무현은 노무현답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비주류로서, 이른바 주류 세력과 피흘리며 싸웠다. 만든 얼굴과 잘 빠진 몸뚱이를 뽑는 미인 선발대회에서도 학력을 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고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주류 문화, 주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도발이었다.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후계자가 아닌 반대파에 정권을 넘겼는데도 주류 세력의 전위 부대는 봉하마을을 연일 폭격했다. "천년 만년 다시는 못 덤비게 본때를 보여주마" 하는 듯...

  폭격은 폭격이되 정면 폭격이 아니었다. "아니면 말고" 하면서 비겁하게 뒤로 치고 빠지는 식이었다.  마지막 남은 사람으로서의 명예마저도 갉아먹었다.

  검찰은 흘리고, 조선일보는 확대 재생산했다. 나머지 신문들은 조선일보가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조선일보의 장단에 맞춰, 조선일보가 가르쳐준 대로, 칼춤을 췄다. 보수 신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진보 신문이라고 불리는 것들도 여기에 충실히 동참했다. 

  '증언' '상식'밖에 가진 게 없던 검찰은, 언론의 칼춤을 부추기고, 칼춤이 일으켜놓은 이른바 '국민 여론'을 정치 재판에 활용하려 들었다. 조선일보는 박연차 리스트로 장자연 리스트를 죽으라 하고 덮었다.

  인터넷만 열면 무슨 의혹들이 불거져 나왔다. 그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일 뿐 '아니면 말고'다. 의혹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가지지 않으면, 기사가가 안된다. 그것은 명예훼손이다. 그러나 마녀사냥의 칼바람 속에서 명예훼손 정도는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한국 신문들의 이같은 선동 매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안다. 독자를 선동하여 휘몰아치는 전형적인 마녀사냥 수법이다. 여기에 걸려들면, 다 죽는다. 나중에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일단 사회적으로 매장부터 당한다. 무죄 선고를 받은 변양균씨를 보라.

  가장 유치하고 치졸한 '칼춤 아이템'은 "박연차에게서 받은 억대 시계를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는 것이다. 얼마나 건진 게 없으면 저런 아이템으로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나 싶었다. 이곳 토론토에도 봉하마을에 시계 찾으러 가자고 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한인들에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만든 섹시한 아이템이었다. 전직 대통령을 동네 좀도둑이나 양아치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조선일보는, 비아냥과 능멸을 넘어 단어도 그냥 막 나갔다. '건달'이라고 했고 "노씨가 까분다"고 썼다. 그 신문사의 고문이라는 자는 "노무현을 버리자"고 했다. 권력을 잃고 물러난 사람에게, 보복도 참 치사하고 졸렬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그 치사함과 졸렬함은 누워서 침뱉기다. 국민이 합법적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동네 양아치 취급할 수는 없다. 

  아버지를 내가 아무리 부정해도, 아버지는 아버지다. 아버지를 버린다고 하여 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닌 것은 아니다. 노무현은 대통령이었고, 내가 싫다고 노무현을 버린다고, 노무현이 대통령이 아닌 것은 아니다.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이 못났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이 못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치가 이런데도 그 신문사의 그 사람은 노무현을 버리자고 했다.

  노무현은 정치인이었으나 정치적이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의 명예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명예의 의미와 존엄성이 사라진 한국땅에서 명예롭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살은 명예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비상구였다.

  검찰과 조선일보가 이끌고간 마녀사냥에, 노무현은 가장 노무현답게 응했다. "죽이겠다고 사냥을 하니 내가 알아서 죽어주마."

  검찰이 법리적인 이유를 들어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했다는데, 나는 수사를 계속 진행하여 밝힐 것은 밝혀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치 수사가 아니라 '공정한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역사에 기록해둘 일이다.

 http://2kim.idomin.com/

  나는 지금 위의 블로그에 들어가 봉하마을에서 벌어지는 뉴스를 본다. 특정 사람들이 특정 정치인들의 조문을 막고, 조화를 짓밟고, 언론사 취재를 방해한다고 한다.

  노무현의 명예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왜 노무현의 적들과 똑같은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계란을 던지면, 일시적으로 속은 후련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노무현의 명예를 다시 한번 떨어뜨리는 일이자, 조선일보와 꼭 닮은 행동 양식이다. 노무현을 조선일보와 똑같은 방식으로 욕되게 하는 일이다.  마녀사냥을 하게 하는 행동 양식.

  이제는 한국의 전통 문화로 자리 잡은 한국 사회의 마녀사냥은 누구에게로 옮겨갈까? 이명박씨, 많이 불안하겠다.


  내가 20대였던, 88년 청문회에서부터 보아온 고인이다.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