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이야기

대학 20년 후배들과 함께한 캐나다 '1박2일'



 

   토론토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3시간쯤 달리면 나오는 킹스턴의 퀸즈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온 대학 후배들입니다. 

  지난 9월부터 교환 학생으로서 공부를 하고 있는 04학번 남학생 2명과 06학번 여학생 2명이, 토론토로 여행을 왔습니다.

  첫날은 호텔에 머물렀으나 선배가 된 처지에, 후배들이 비싼 돈을 치르며 호텔에서 지내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둘째날 아침 호텔에 가서 후배들을 픽업한 후 토론토 다운타운에 내려주었습니다. 그날 저녁은 나보다 3년 선배인 임 선배님이 후배들을 맞아 재워주었습니다. 셋째날에는 오전에 나이아가라를 구경하고, 그날 밤 우리 집에서 자고 연휴의 마지막 날 킹스턴으로 떠났습니다.

   캐나다의 추수감사절 연휴인 관계로 우리나 후배들이나 여유있게 그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생면부지인 후배들과는 무려 20년 차이가 넘습니다. 후배들이 반가운 첫번째 이유는, 선배들을 찾아온 '후배'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듣고, 한국 대학과 대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날씨가 보기 드물게 화창하여 멀리 미국쪽 폭포도 아주 잘 보였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오가며 이야기를 했고, 낮부터 밤늦게까지 고기를 굽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에 이야기를 거듭했습니다.

  20년 차이가 넘게 나니, 세대차에서 오는 여러 가지 낯설음 같은 게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섣부른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도 보는 방식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는 요즘 대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인문'과 '교양'이 부족할 줄 알았습니다. 취직하기가 어렵다고 하니, 취직에 필요한 실용 학문에만 몰두하는 줄 알았고, 우리와는 많이 다른 울트라 신세대일 줄 알았습니다. 감당하기가 버거운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이같은 선입견은 말 그대로 선입견과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교환 학생으로 나올 정도이니 해당 대학에서도 '선발'될 만큼 똑똑한 젊은이들이었으나 전형 기준에 '인성'까지는 포함시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배들은 한결같이 예의바르고 반듯했습니다. 자기 의견은 당당하게 개진하고, 상대방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일 줄 알았습니다.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는, 대학생답게 매섭게 지적하고 넘어갔습니다.

  

  
바베큐 파티. 날이 추워 창고에 넣어두었던 바베큐 그릴을 꺼내어 캐나다 쇠고기의 진수를 맛보았습니다. 고기를 굽고 그릴 주변에서 맥주를 비웠습니다. 쌀쌀한 날씨였으나 추운 줄 몰랐습니다.


 후배들은 일요일 저녁 버스로 내려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난 다음 못내 아쉬웠습니다. 더군다나 월요일은 캐나다의 추수감사절(공휴일)이었습니다.

  '공부에 지장이 없다면'이라는 단서를 내걸고 붙잡습니다. "내일 내가 운전해서 데려다줄께." 후배들은 응했으나 처음 만난 선배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여 못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나도 캐나다에 와서 처음 보는 선배로부터 받았다. 나는 그것을 받아 생존할 수 있었다. 거기에 비해 내가 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고맙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후배들에게 베풀면 된다"고 '설'을 풀며 후배들의 부담감과 어려움을 풀어주었습니다. 

  위스키 맥주 와인 등 온갖 나라의 온갖 종류의 술을 파는 LCBO라는 가게로 데리고 갔습니다. 

  "네들 원하는 것 다 가져와라."

  이 말을 할 때의 시원하고 으쓱한 기분이란, 말하는 사람밖에 모릅니다.

  위스키와 맥주를 샀습니다. 

  식품점에 급히 들러 베베큐 갈비를 사와서 재고, 날이 추워 창고에 넣었던 바베큐 그릴을 급히 끄집어냈습니다.

  다시 고기와 새우를 굽고, 그릴 주변에 모여 맥주를 마셨습니다. 날씨는 쌀쌀했으나 추운 줄 몰랐습니다.

  야밤에는 이웃에 사는 선배님, 후배 부부가 합류해 밤늦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퀸즈대학교 교정. 대학이 고즈넉하여 '공부하기에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잡스럽기 그지 없는 한국의 일부 큰 대학들이 이 분위기를 배워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왼쪽부터 김 혁, 최정화, 유미라, 필자, 그리고 남지훈 군.


  그 이튿날 토론토에서 250여Km 떨어진 킹스턴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함께했습니다.

  도시라 부르기에는 너무 작고 소박한 소읍 규모였으나 대학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야트막한 건물들이 연속으로 이어진 캠퍼스는, 그 자체만으로 학구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부밖에 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생활, 장래 이야기, 과거의 대학생활, 외국살이에 대한 이야기 등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또 다른 날을 기약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 대학생에 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준 만남이었습니다. 젊은 후배들을 만나 이렇게 기분 좋았던 것은 처음입니다.

  마지막 덤으로 얻은 '1박2일'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본인들은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 "감사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 더군다나 이렇게 똑똑하고 반듯하고 예의바른 젊은 친구들과 연휴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많이 행복했습니다. 

  더군다나 손님이 오면 인사만 하고 내다보지도 않던 우리 아이들이 형 오빠 누나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반갑고, 놀랍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