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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김주완 기자께 보내는 편지 '블로그 운영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김주완 기자의 블로그 지상 강좌를 통해 블로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친구인 안찬수가 통화하던 중에 소개해준 '김주완 김훤주의 블로그'는, 제 블로그의 스승이자 교과서입니다. 이 블로그를 만나기 전에는 블로그를 잘 알지 못했고, 또 블로그를 할 생각조차 없었거든요.


특히 김주완 기자께서는, 블로그 전문가로서 특강을 하고 계시니 가끔씩 올려주시는 그 내용 또한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 돈은 안되었으나 제 블로그에 광고까지 달았으니까(돈이 좀 되면 기분 내면서 어디에 기부하려고 했더니, 조건이 안되는군요).


블로그를 하다 보니, 걱정되는 대목이 여럿 생깁니다. 김주완 기자의 강의에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앞으로 고민을 좀 해주십사 하는 뜻으로 글을 씁니다.

김주완 기자가 대전에서 한 블로그 강좌의 강의 자료. 김주완 김훤주 블로그에서 가져온 사진.

김주완 기자의 강의에는 블로그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친절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이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강력한 뉴스 매체로 떠오른 블로그의 신생 혹은 대안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파워가 강하면 강할수록,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 또한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블로그를 하면서 적잖게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노정현씨가 구입한 아파트가 호화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올렸더니, 그게 특종이 되더군요. 한국과 캐나다에서 제가 쓴 줄도 모르고 이 내용을 아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을 타고 끝도 없이 퍼지고 퍼진 거지요.

뉴스가 이렇게 무한정 퍼져 나갈 때, 문제가 되는 것은 팩트의 진위 여부와 책임 소재입니다. '노정연 아파트'의 조회수가 많아질수록 제가 갖는 부담감은 컸습니다. 취재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아파트 앞에서 취재한 시간은 1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취재원도 1명뿐이었습니다. 개인 블로그에 가볍게 써올린다는 기분으로 작성한 글인데, 상상도 할 수 없이 널리 퍼져간 것이지요.

다행히도 그 취재원이 그 지역에 대해 정통했고, 저의 외국 생활 또한 글을 쓰는 데 보탬이 되어서 '별 탈 없이'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한국의 어떤 공공 매체에 기고한 내용이었다면 취재를 더 깊이 꼼꼼하게 했을 것입니다. 아파트 회사 관계자도 만나야 할 것이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도 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또한 알아봤겠지요. 취재한 내용의 10분의 1 정도가 기사화했을 것입니다. 매체와 기사가 갖는 책임감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개인의 블로그가 뉴스 공급원으로서 그 역할과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비례하여 뉴스 공급원으로서 갖춰야 할 책임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기자의 경우, 기자가 기사를 쓰지만 혼자 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가 쓰고, 데스크를 거치고,
편집국장을 거쳐, 좀 민감한 기사의 경우 편집인과 발행인에게까지 가고, 그 과정에서 팩트는 다시 검증 받고, 사실 확인 과정이 여러 차례 이루어집니다. 기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고민되고 결정됩니다. 기사가 게재된 후 발생하는 법적 책임은 편집인과 편집국장, 데스크와 기자 모두에게 있습니다. 김주완 기자께서 현재 데스크이니 누구보다 잘 아실테구요.

언론의 책임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최근 사례는 미네르바 가짜 글을 올렸다가 '잘린' <신동아> 편집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블로그가 대안언론으로 자리를 잡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추세입니다만, 언론으로서의 책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통 매체의 기자들은 수습 시절에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습니다. "이거 확인한 거야?"라는 질문을 귀에 못이 박히듯이 듣지요.

그러나 블로그에는 전통 매체에서 이루어지는 스크린 장치가 없습니다. 노정현씨 아파트 건에 대해서도, 댓글은 달리지만 그 기사에 대한 엄격한 스크린 과정은 없었습니다. 그냥 저냥 널리 퍼져 읽히고, 독자들은 그렇다고 믿습니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조회수와 추천수가 높으면 사실이라고 더 믿게 됩니다. 제가 써서 그렇게 널리 읽히게 된 글이, 어떤 오류가 있다고 나중에 밝혀질 경우, 법적 책임은 둘째치고, 사회적 도덕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전통 매체의 경우, 기자의 글은 개인이 아닌 언론사의 입장이 됩니다. 여러 사람이 스크린하고, 여러 사람이 공동 책임을 집니다. 

반면 블로그에는 그런 안전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개인 블로거의 도덕성과 독자들의 자연스러운 자정(自淨) 맡길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오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개인으로서는 법적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지기가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자극적인 선동으로 인하여, 내용은 널리 알려지고 공유되었는데 나중에 '아니면 말고'식이 되어 버린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사는 대문짝만하게 썼다가 정정 기사는 손톱만하게 쓰는 일반 언론보다도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블로그를 만드는 일보다, 블로그의 운영 방법 및 도덕적 책임 문제 같은 것을,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또 널리 알려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포털의 인기 뉴스 선정에 대하여

글을 읽고 쓰다보면 인기 뉴스를 선정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느끼게 됩니다. 인기 뉴스에 오르는 글의 유형이 있고, 정치적 이슈라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보다는 선동적인 글이 대접을 받습니다. 또한 자극적인 내용 혹은 제목일수록 상위권에 랭크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정치적 당파성 같은 것이 많이 느껴지지요.

그런데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과연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데 대해서는 저로서는 회의적입니다. 과거 편집부 기자들이 하는 것처럼 제목을 손질하고, 조회수나 추천수와 관계없이 상위에 랭크시키는 것을 보면 그들의 역할이나 파워는 언론사 간부들 못지 않게 큽니다.

블로그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블로거들이 개인적으로 뛰어서 써올리는 뉴스에 대해, 과연 그들이 게이트키핑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도 심각하게 짚어볼 문제라 생각합니다. 누가 인기 순위를 매기고, 제목을 손질한다는 것은, 기존 매체에서 톱뉴스에 올리는 것과 똑같은 역할입니다. 그것은 언론 권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그들의 입맛에 맞는 블로그 뉴스가 널리 알려지게 되는 구조인 만큼, 블로그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블로그 뉴스를 다루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입장 같은 것을 주문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 언론의 공정한 편집진이 그러하듯이, 그들이 공명정대하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게이트키핑을 해준다면 블로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공공 매체의 기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다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