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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캐나다 영주권자, 한국군 자원 입대 하는 까닭은?

  

  지난 주말 이곳 토론토에서 만나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가 불쑥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 큰 아이를 한국군에 입대시킬 예정이다."

  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다. 몇년만 지나면 군대 갈 나이가 된다. 이장희의 노래처럼 "너 미쳤니? 하면서 껄껄 웃"기에는 그 친구가 너무 진지했다. 아이가 원치 않더라도 기어코 보내고 말리라는 결기까지 느껴지게 했다.

  "너도 군대 생활 좋아서 한 거 아니잖아. 외국에 살면서 왜 굳이 한국에 보내서 군대 생활 시키려 하는데?"라는 질문에 단순하게 대답했다.

  "요즘 한국 군대에서는 배울 게 많은 것 같더군. 예전처럼 생고생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는, 한국군 복무가 아이에게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학교라 여기는 듯했다. 또한 한국군에서의 경험은 혹시 한국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를 아이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3~4년 후에나 닥칠 일이니 친구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어제 만난 어느 여자 선배는 "우리 아이는 지금 군복무중"이라고 했다. 아이가 고교 때 이곳으로 이민을 와서, 토론토 대학 3학년을 마치고 한국에서처럼 휴학계를 낸 뒤 한국군에 입대했다고 했다.

  캐나다 시민권을 따고 한국 국적 상실 신고를 하면 그 아이는 캐나다 사람이 된다. 나중에 설사 한국에 가게 되더라도 외국인처럼 살면 그만이다. 한국 국적의 캐나다 영주권자라 하더라도 입대할 나이가 지나면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해도 속된 말로 '군대에 끌려'가지는 않는다. 피하고자 한다면 피할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그것도 아주 쉽다. 게다가 가수 유승준처럼 유명인도 아니니 피한다고 하여 남의 눈에 띌 것도 아니고, 띈다 하더라도 비난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보내지 않아도 되는 아들을 굳이 군대에 보낸(물론 아이도 동의했다고 한다) 그 어머니되는 선배에게 왜 보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명쾌했다.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 해도 아이는 한국 사람으로 평생 살게 된다.
한국 사람으로서 언제든 한국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이곳에서 한국과 관련한 일을 할 수도 있다. 한국 남자들의 보편 정서를 이해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군대 생활을 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한국 남자로서 한국에서 언제 살게 될지도 모르는데, 당당하게 살게 하고 싶었다."

   아무리 이민을 왔다 해도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으로 살게 되어 있다. 한국에서든, 한국 바깥에서든 한국 사람으로 당당하게 살게 하는 것, 한국을 이해하고 보편 정서를 갖게 하는 것 등 다소 추상적인 것들을 입대 사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군대가 그만큼 편해졌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화일 수도 있겠다.

   군에 가지 않으려고 외국 유학 가서 아예 돌아오지 않거나, 어떻게 해서든 빠지는 사례를 한국에 살 때 내 주위에서도 더러 보았다. 끌려간다는 표현을 쓰면서 빠질 수 있으면 빠지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였지 싶은데,  외국에 이민을 와서,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군대를 일부러 찾아 자원 입대하는 것은 신선한 뉴스이자 충격이었다.

  분위기로 보아서 이같은 사례는 자꾸 나타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