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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캐나다에서 본 김연아 광고 논란

  아시다시피 김연아 선수는  토론토에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토론토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노스욕에 거주하며, 역시 노스욕에 있는 훈련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한번도 보지 못했으나 한국 식당에 와서 밥먹는 모습을 본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이제는 토론토에서도 유명세를 치를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김연아 양이 우승하는 날, 저는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친구 한 명이 말했습니다.

  "오늘 김연아 우승하는 날 아니야? 보고 싶은데..."
  
  다른 한 명이 받았습니다.

  "우승하면 뉴스에 나오겠지, 뭐. 그냥 인터넷으로 봐. 그런데 김연아에 대해 왜 관심을 가지는데?"

  "빌리지 피플이잖아."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곳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포츠 이외에는 국민적인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캐나다의 국기인 하키(한국에서는 아이스하키라 불리죠)가 올림픽에서 우승해도, 토론토의 메이플립스가 승리(스탠리컵에서 우승할 가능성은 금세기 0%)해도 '국민적 관심'은 생기지 않습니다. 많든 적든 그들의 팬들만이 좋아할 뿐 나머지는 심드렁합니다.

  반면 월드컵에서 자기 나라(나로 말하자면 한국)가 승리, 나아가 우승이라도 하면 자동차에 국기를 달고, 두르고, 빵빵 대고, 말 그대로 난리부르스를 춥니다. 그 '지랄'과 '난리'에 관대합니다.

  국민적인 관심이 없는 대신 소수의 환호와 이른바 '지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존중해주는 편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구성한 이민자의 나라인 만큼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WBC에 이어 김연아 양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대해 단일민족 한국이 열광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 발견된 하나의 재미나는 사실. 김연아를 모델로 세운 고대의 이미지 광고에 대해 일각에서 지나치게 각을 세워 비판한다는 것인데... 그 비판이라는 현상에는, 멀리 떨어져서는 잘 볼 수 없는 특수한 본질이 들어 있는 듯 했습니다.

  이미지 광고라는 것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뻥의 조합이라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광고 카피 한 글자('낳았다'에서 '았')에 무자비한 비난과 해석이 쏟아졌습니다. 그 본질을 알고 보니 김연아가 불쌍해졌습니다. 스타 김연아를 매개로 하여, 정치 사회 교육 문제가 터져나왔기 때문입니다.

  외국에 나와 살면 극단적으로 치닫는 한국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연아와 한 동네에 사는 '빌리지 피플'로서, 빌리지 피플에 대한 관심 정도만 가지고 있다가 광고 논란을 보고 어느 사이트에 한 마디 긁적거린 것을 아래에 가져왔습니다.


  
  
    
이름아이콘 성우제
2009-04-04 13:27
 김연아 선수가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멀리서 보아도 한국에서는 이상 열기가 일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언론 보도를 보면 WBC에서 선전한 야구에 이어 그 열기가 유례없이 뜨겁다. 김연아의 경우, 이제는 패션까지 관심을 끌어 김연아가 입는 옷은 가격과 스타일에 상관없이 불티가 난다. 
 
  서울의 친구들에게 과열 현상이 왜 생겨나는지 물어보았다. "사는 일이 갈수록 강팍해져서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종의 통로"라고 해석했다.

  김연아 고대 광고에 대한 해석들도 나름대로 내놓았다. 다소간의 과장을 허용하는 광고 카피 하나에 왜 그렇게 벌떼들처럼 공격하는가에 대한 해석이다. 그것은 광고 카피라는 하나의 '현상' 때문이 아니라 여러 현상들이 맞물린 '본질'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그 본질이란, 1.고대 출신 대통령 이명박씨에 대한 반감, 2.공교롭게도 고대가 잘 나가는 시점에 고대 출신 대통령이 선출되었다는 데 대한 반감, 3.고교 서열화 도입을 통한 고교 평준화에 반하는 입학 사정, 4.평준화 교육에 반하는 입시 제도를 도입했는데도 대학교육협의회가 고대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한 반감, 5. 대교협의 결정에는 이명박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 등등이었다. 이런 현상들이 두루 모여, 김연아 광고에 대한 벌떼 공격 혹은 "김연아가 고대를 낳았다"와 같은 비아냥으로 연결되었다는 해석이다. 
 듣고 보니, 말이 되는 해석이었다.

 입학 사정에서 고교 서열화란, 이른바 특목고의 중간 성적 학생을 일반고의 전교1등보다 우대한다는 내용. 쉽게 말하면 과거 경기고의 중간 성적 학생을 일반고의 최우수 학생보다 우대한다는 것인데, 평준화 교육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 받는다. 그 내용으로 보자면, 대학이 판단하는 '우수 학생'을 뽑는 것은 당연하고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그 형식으로 보자면 이른바  '교육 정책'에 반하는 것이다.
 유명 사립대학 가운데서 고대가 총대를 매고 치고 나간다고 했다. 다른 사립대학, 특히 연대가 고대와 이 분야에서도 피터지는 경쟁을 벌인다고 한다.그런데 욕은 고대만 먹는다. 앞서 말했듯이, 이명박씨에 대한 반감과 앞서 나간 측이 먼저 매를 맞는 꼴이다.

 이런 저런 내용을 내용을 듣다보니, 광고 카피에 대해 도를 넘게 비난하는 그 이면이 보였다. 하나의 현상밖에 볼 수 없는 것, 이것이 멀리 사는 사람들, 정보를 단편적으로밖에 접하 수 없는 사람들, 내용을 몸으로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갖는 숙명이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낄 수 없는 이민자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