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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일본차, 다시는 안타겠다고 다짐하다


  거금을 내고 차를 사면서 조금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2006년 8월부터 리스로 타기 시작한 혼다 오딧세이를 리턴할 기간이 되어 혼다 딜러쉽을 찾았습니다. 마일리지가 9만6천km인데 거의 14만km를 탔으니, 5천달러 이상을 물어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이 차를 중고 가격에 사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딜러를 만났더니 "오딧세이 신형을 구입하겠다는 조건으로 얼마에 리턴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알아보기나 하자"며 기다렸더니 조건을 내밀었습니다. 매니저에게 우겨서 받은 조건이라고 합니다.

  마일리지 초과분 등에 대한 비용은 무료로 해주겠다 것이었습니다. 대신 신형 오딧세이를 사야 한다는 조건. 리턴만 생각한다면 환상적인 조건입니다.
잔고장이 없는 일본차라는 이야기는 이제 믿을 만한 게 못됩니다. 너무 약하게 만들어 이런 저런 고장이 참 많습니다.

  신형은 좋아보였습니다. 그러나 새 차라는 장점 외에 새로 살 특별한 이유는 없어보였습니다. 그가 제시한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1만달러(1천1백만원)를 밑돈으로 넣는 조건으로,

1.리스할 경우 : 48개월 동안 한 달에 600달러(63만원)
2.할부할 경우 : 60개월 동안 한 달에 756달러(78만원).

  한국 돈으로 천백만원 정도를 먼저 내고, 한 달에 63만원씩 4년 동안 빌려타거나, 80만원 정도를 5년 동안 내면서 내 소유로 만들거나.

  처음에는 '혹'했습니다. 이리저리 흠이 많이 나고 타이어도 교체 시점이 지난 지금의 차를 아무 것도 문제 삼지 않고 무료로 받아주겠다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어느 딜러는 몇년 전 이렇게 협박했었습니다. "혼다 딜러에서 검사 받거나 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받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엔진오일 교체하는 데만 2배 이상을 받고, 갈 때마다 이런 저런 명목으로 수백달러씩을 뜯어내는  딜러숍에 가지 않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런데도, 모든 것을 불문에 붙였습니다. 

  6월말로 좋은 이자율이 끝나니, 마지막 날인 오늘 사인을 하라, 돈이 덜 들어가고 4년 후에 또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으니 이왕이면 리스로 하라는 이야기는 피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그냥 일어섰습니다. 너무 달콤한 유혹이었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유혹일수록 뒤가 좋지 않다는, 순전히 감정적인 저항감 때문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자동차에 정통한 어느 선배와 상의했습니다. 펄쩍 뛰었습니다. 비지니스에 사용하면 1년만 지나도 헌 차가 될텐데, 한 달에 800달러 가까운 돈을 5년 동안이나 넣는다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랬습니다. 게다가 딜러가 제시한 조건 가운데 불리한 것들이 하나 하나 떠올랐습니다.

   먼저, 차 자체가 너무 비쌉니다. 옵션이 가장 적은 기본형은 모두 팔렸다고 했습니다. 기본형과 그 위의 급 차이가 무려 7천달러입니다. 둘째, 옵셥이었던 DVD 플레이어가 기본으로 딸려들어간다고 했습니다. 필요하지 않아도 사야 합니다. 그게 2천달러입니다. 하지 않아도 될 두 가지만 하더라도 1만달러에 가깝습니다.

   셋째, 딜러는 할부로 사는 것보다 리스를 강력하게 권했습니다. 4년 후를 기약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것은 고객 입장에 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4년 후에, 돈 내는 것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 회사에 코가 꿰기 마련이기 마련입니다. 자동차 회사 처지에서는 고객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장사'였습니다. 최소한 중고차라도 다시 들어오니까.

  "타던 차를 그냥 사겠다"고 했더니 그 친절하던 딜러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무덤덤.' 그 사람이야 새 차를 팔 기회를 놓쳤으니 그럴 수 있다 치고, 불쾌했던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진 일이었습니다.

  중고차를 살 때, 추가로 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Purchase Option Fee : 498달러

  Licence Fee : 20달러.

   게다가 Emission과 Safety 테스트를 내가 돈을 들여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비용만 1백달러가 넘게 들었습니다. 총 631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야 했습니다. 애초 계약서 어디에도 없던 이른바 'Hidden Charge'가 이렇게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딜러는 말했습니다. "이거 안하면 오너쉽 넘겨드릴 수 없습니다."

 차의 소유주는 혼다인데 그것을 사는 내가 왜 내 돈을 들여 테스트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애초의 계약서상에 나오지 않은 498달러와 20달러가 왜 새로운 계약서에 추가되는지 그것은 더 이상했습니다.

  매니저에게 물었습니다. "애초 계약서에 없던 498달러가 도대체 무슨 명목이냐?" 중국인인 그는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Sorry."

 딜러와 매니저의 태도는, 물건을 사는 손님을 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무려 1만9천3백27.93달러를 내는 고객인데 '새 물건'을 사지 않아서 그런지 지극히 사무적이었습니다. 딱딱했습니다. 그들이 고객 같았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신형 차 판매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일본차든, 미국차든, 한국차든, 딜러의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잔고장 없다는 자랑도 흘러간 옛 얘기가 된 터에, 일본차는 왜 저렇게비싼가, 또 고객에게 고압적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필요하지도 않은 DVD 플레이어를 끼워파는 것도 그렇고(4년 전에는 옵션으로 2000달러였습니다. 현대차는 옵션으로 1천달러), 이런 저런 옵션을 덧붙여 가격을 터무니 없이 올려놓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비싸고 불친절하면 안사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본차를 더이상 탈 일은 없습니다. 한국인 딜러, 중국인 매니저의 일본차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도 한국 고객 처지에서는 꼴사나워 보이고, 비싼 돈을 내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또한 별로인데, 이런 저런 항목을 덕지덕지 붙여 돈을 뜯어내는 것에 이르러서는 "다시는 일본차 타지 않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리스도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고객의 코를 꿰는 대단히 유력한 수단입니다. 리턴할 조건이 되어도 "중고차 시세가 바뀌었다"며 도요타에서1천8백달러를 따로 요구해 울며겨자먹기로 시에나 중고를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 차를 사지 않는 이상, 이래도 불쾌하고 저래도 불쾌한 상황이 생깁니다.

  다른 차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앞으로는 일본차는 타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꺾이지 않는 저 콧대 또한 참 볼썽 사납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