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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유인촌 장관, 일용이 반만 닮으세요


 http://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325071

  아주 오랜만에 유인촌씨를 화면에서 보았습니다. 외국에 와서 산다 해도 인터넷 덕분에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지겹도록 볼 수 있는데, 그를 드라마에서는 더이상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포털 사이트에 오른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 이가 내가 알던 바로 그 유인촌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화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학생에게 말하는 품이, 거만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얼른 가서 공부해라, 뭐하러 고생하고 있니, 다 해준다는데…"라는 말의 내용보다는 말하는 태도에서, 브라운관에서 보이던 인상좋은 용식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 오만한 표정이 놀랍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더 놀랐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캐나다에 사는 제가 성질이 아직도 뻗칩니다. 저것은 사진 기자가 아니라 국회와 국민에게 성질을 뻗치는 모습입니다. 지금 보아도 국민들이 성질 엄철 뻗쳤겠습니다. 


  사진을 찍지 말라며 국회에서 사진기자에게  "*팔"이라고 욕했다는 것을 들었을 때도, 저는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속된 말로 열 받아 죽겠는데 그같은 사정은 조금도 감안하지 않고 셔터를 눌러대면 예술가의 기질상 '욱'할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른 동영상을 보고 나니, 내 생각이 틀렸구나, 사람 자체가 바뀌었구나, 아니 저 이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싶습니다. 용식이를 연기할 때의 선한 표정은 그의 얼굴에 없었습니다. 정통 연극을 살리겠다며 강남에 소극장을 열고 들어가 때의 예술가로서의 드높던 자부심과 긍지는 더더욱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무심히 보고 지나쳐도 될 일인데도, 굳이 학생에게 다가가 한 마디 툭 던지고야 마는 저 태도는, 장관도, 선생도, 어른도, 배우도 아닌, 조선일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정의 건달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용식이도 아닌 주제에 양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는 쌍팔년도 식의 쇼를 꼭 해야 하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과거에 하던 대로 레이서의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든가, 양복을 입었으면 자전거를 타지 말든가,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자가 의관도 제대로 갖출 줄 모르니, 그 표정과 그 입에서 나오는 말에 예의나 품위가 있을 리 없습니다. 

  아무리 학생이라고 하나 나이 먹은 성인인데, 반말지꺼리를 하는 것 또한, 장관, 선생, 어른, 배우로서 품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인 줄 스스로 모르는 모양입니다.  품위는커녕 표정과 말 몇마디에서 오만과 무식이 뚝뚝 떨어집니다.

  <전원일기>의 수더분하고 우직했지만, 세상 보는 눈은 정확했으며 고민 많고 겸손했던 용식이의 이미지가 오늘날의 유인촌씨를 키우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그 때의 그 선한 표정과 이미지는 다 어디로 갔는지, 권력은 사람의 표정마저도 저렇게 바꿔놓는 모양입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의 전형을 봅니다. 그를 부리는 자는 이용하기딱 좋은 사람을 고른 것 같습니다. 총대를 맨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것을 보고 전문 용어로 '완장을 찼다'고 합니다. 완장을 찬 사람이 설치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같은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김명곤씨는 배우의 자리로 잘 돌아왔습니다. 제가 보기에, 유인촌씨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의 심성과 표정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게도 불행이거니와, 국민들에게는 지금 더 큰 불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