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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위기의 스타벅스, 한국의 커피믹스를 베끼다




  스타벅스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더니, 어렵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오늘 가까운 선배님 댁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새로운 커피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만든 '커피믹스'였습니다. 커피믹스는 봉다리 커피를 뜻합니다. 한국의 어느 회사 커피 이름이지만 미원(조미료)처럼 그냥 쓰겠습니다.



  위 사진이 바로 그 스타벅스에서 만든 봉지커피입니다.  이름은 VIA라 적혀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를 타먹듯이, 그냥 뜨거운 물을 부어 먹으면 됩니다.

  커피믹스와 다른 점은, 설탕과 프림을 함께 '믹스'해 만든 커피믹스와 달리 커피 외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블랙'이라는 사실. 또 물을 240ml나 넣어야 할 정도로 진하다는 것. 

  스타벅스를 중흥시킨 CEO 하워드 슐츠가 컴백하여 변화와 공격적 마케팅을 지향한다더니, 급기야 한국 커피의 전유물로 보이는 봉다리 커피까지 만들어냈습니다.

  같은 인스턴트 커피라지만 커피믹스와 VIA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맛입니다. 커피믹스가 그 자체로 맛은 좋지만 일반 커피맛과는 거리가 있는 반면, 스타벅스의 VIA는 일반 커피(이른바 원두커피)의 맛과 흡사합니다. 인스턴트 커피로 원두 커피의 맛을 내는 것이 놀랍습니다.

  



  위에 보이는 것이 12 봉다리가 든 종이 상자입니다. 커피믹스와의 큰 차이점은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것. 위의 한 상자가 10달러 정도한다고 하니, 하나에 1달러가 조금 못되는 가격입니다. 커피믹스에 비해서는 엄청 비싸지만 캐나다의 일반 커피값보다는 조금 쌉니다.

  커피믹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 30여년 전 커피믹스는 한국시장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스타벅스의 VIA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 일반 커피가 지천인데 굳이 인스턴트 커피를 사다가 뜨거운 물에 타먹는 문화가 쉽게 생길 리 만무합니다. 뜨거운 물을 끓이는 수고와 커피콩을 갈아서 내려먹는 그것이 별로 다를 바 없습니다.

  한국에 스타벅스가 상륙하여 커피 시장을 '아작'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지지 않은 해처럼 위세를 떨치다가 맥도날드에 밀리더니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부에서는 술집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이제 인스턴트 커피왕국인 한국의 커피믹스까지 베낍니다.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