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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문학

뉴욕 화가 조숙진의 화실을 방문했습니다


  뉴욕은 세계 미술의 메카라고 합니다. 미술로 말하자면 뉴욕은 세계의 수도인 셈이죠.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자 하는 작가들은 뉴욕 시장을 몰려들게 되어 있습니다. 미술뿐 대다수의 예술 장르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 경쟁이 얼마나 피터지겠습니까? 그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 남아 세계 미술을 이끄는 한국 작가들이 적잖게 있습니다. 조숙진씨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뉴욕에서 유학한 뒤 소호의 유명 화랑 오케이해리스에 픽업되어 20년 동안 전속 작가로 활동중입니다. 전속 작가란 것은 영구직을 얻은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5월말, <월간미술>에 기고하기 위해 막 떠오르는 젊은 작가를 인터뷰하러 뉴욕에 갔었습니다. 뉴욕에 들른 김에 조숙진 선생의 맨해튼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실로 10년만의 일입니다.

  사람 좋은 조선생은, 그 좋음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작업실에 딸려 있는 리빙룸에서 함께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리빙룸에는 예쁜 앵무새가 달려 있었습니다. 



  조선생은 아주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마련해 내놓았습니다. 바깥에 나가서 먹으려 하다가 발길을 작업실로 돌린 참이어서 '뚝딱 만들었다'는 말이 맞습니다. 좋은 작가는 이렇게 음식도 맛깔나게 잘 만드는 모양입니다. 차를 내주고, 나중에는 빵을 내왔는데, 그 빵조차 참 맛이 좋았습니다. 맨 위의 사진 상태가 좋지 않아 좀 아쉽습니다.


  작업실 안에 있는 조숙진씨의 작품들입니다. 길거리나 쓰레기장에 버려진 나무를 주워모아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그 나무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성질, 이를테면 나무가 심어지고 자란 그 환경까지 포함하는 자연으로서의 나무가 갖는 히스토리가 작품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저 나무를 잘라 사용한 인간의 의도 또한 작품 속에 들어 있습니다. 나무의 히스토리와 나무를 사용한 인간의 히스토리가, 전혀 낯선 히스토리들끼리 조숙진의 작품에서 만나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새로 만든 세계는 새로운 기를 뿜어냅니다. 10여년 전, 조숙진의 뉴욕 전시에 갔다가, 저는 갤러리 입구에서 강렬한 기를 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뒤로 넘어질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업실의 벽에는, 벽과 공간을 활용해 만든 작품 사진을 걸어두었습니다. 야외에 설치되어 눈을 맞은 작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전시를 할 때도,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조숙진씨는 캔사스대학에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물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저곳을 찾는 사람들 또한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나무나 돌을 걸며 작품 제작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돌탑에 돌을 하나 던지며 기원을 하던 한국 마을의 전통 풍습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모이고 또 모이면 분란이 적어지겠지요.

  지금은 LA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미 연방교도소 앞에다가 108개의 종을 매단 대형 작품을 설치중에 있습니다. 시청과 경찰서, 교도소가 모여 있는 곳에 설치되었습니다. 수백년된 나무가 동원되었고, 동종은 한국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LA를 방문하면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