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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권미연에게 왜 이렇게들 잔인한가



  *내가 쓴 글의 내용과는 관계없는 댓글들이 왜 이렇게 많이 올라왔는가 그 이유를 살폈더니, Daum에서 제목을 엉뚱하게 뽑았기 때문이군요. 그 제목은 '이병헌 전 여친 권양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 제목만으로 보자면 마치 이병헌이 권양을 잔인하게 대했고, 그 사실을 비난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 글의 내용은 그게 아닙니다. 댓글의 대부분이 글의 내용은 읽지 않은 채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비난입니다. 
  제목을 고치더라도, 내용에 분명히 맞게끔, 독자들이 내용을 오해하지 않게끔 고치면 좋겠습니다. 
  
  
  이른바 이병헌 스캔들이 속개된 재판 때문에 계속 한국 언론을 타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동네 처자가 당사자인 까닭에, 그 뉴스에 눈길이 많이 갑니다.

  지난번 글(http://bomnamoo0420.tistory.com/entry/이병헌-고소-스캔들을-캐나다에서-보니)에서도 쓴 바 있듯이 문제는 문화 차이에서 연유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대스타 이병헌이 나이값 어른값 스타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스타에게 달려드는 불나방들에게 익숙해 있었다면 이해를 아주 못해줄 것도 아니지만, 그에게 다가가거나 그의 작업으로 넘어오는 '사람'들 전부가 불나방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했고, 한때 사귄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를 보던 중 놀랍고 불쾌한 대목이 있었는데, 권미연씨가 토론토에서 '번듯하게' 잘 산다, 태권도장을 한다, 최근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그걸 보니 관원이 몇명이더라는 식의 뉴스였습니다.

  재판으로 이목을 끌었으니 이게 뉴스가 되겠다 싶어 쓰고, 그걸  언론들이 서로 퍼나르고 하는 일이 빚어졌습니다. 쓰레기 언론을 언론이라 부를 수 있을는지 의문스럽습니다만….

  과연 이게 뉴스가 되는 일인가도 의문이지만, 쓰레기 언론의 쓰레기 같은 기자들은 왜 이것이 뉴스가 된다고 여길까를 생각하면 인간의 잔악스러운 잔인함에 대해 몸서리가 납니다. 그 기사를 보도했을 때 당사자가 겪게 될 고통이라는 건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습니다. 그저 익명의 대중들이 낄낄거리며 많이 읽는 것에 대해서만 신경쓰고 있습니다.

 기자, 기사로서의 기본적인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에 문을 열었고, 번듯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토론토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서, 나는 그 기사를 보고 분노를 넘어 서글픔까지 가졌더랬습니다. 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 모녀가 태권도장을 다시 열면서 절치부심하는 눈물겨운 모습을 한국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건 목숨을 건 비지니스입니다. 가족이 지난해 겪은 그 험하고 참담한 상황, 한국의 면 단위만큼 좁은 토론토 한인사회에서 뉴스를  다 아는 그 지옥같은 상황을 딛고 비지니스를 새로 시작했는데, 한국의 저 쓰레기들은 홈페이지만 보고, 당사자 누구와도 확인 통화도 하지 않은 채 기사거리도 되지 않는 것을 기사라고 버젓이 내보냅니다. 당사자들의 인권은 무참하게 짓밟힙니다. 당사자들에게는 더이상 잔인할 수 없는 지옥과 같은 상황입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토론토의 이른바 '동포 신문'이라는 곳입니다. 오늘 보니, 한국의 기사를 베껴 실은 것에 더하여 태권도장의 주소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는 기사는 당사자들에게 토론토 바닥에서 아예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어느 사이트에 보니 그같은 기사를 본 어떤 사람은 "토론토 동포 망신 다 시킨다"고 비난했습니다. 세 모녀가 새롭게 연 '태권도장에 관한 기사'를 읽고 쓴 반응입니다. 남이 비지니스 하는 것이 왜 망신거리입니까? 쓰레기 언론들이 그 사실을 망신거리로 만들었고, 독자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 시작한 비지니스가  졸지에 망신거리가 된 당사자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이른바 이병헌 스캔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태권도장 개업 사실을 한국에서 기사로 썼다 하여, 그걸 확대 재생한 이곳의 기자라는 자들이 과연 제 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토론토 바닥에서 비니지스 하며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기나 하는 것인지, 그걸 모르면서 어떻게 이곳에서 기자 노릇한다는 것인지, 무슨 목적으로 그런 기사를 베껴다가 확대 재생산하는지, 이곳에 사는 당사자들이 그 기사로 인해 바로 이곳에서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언론은 고사하고 토론토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서 생각이라는 게 과연 있는 자들인지 의문스럽습니다.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라면 사실이든 아니든, 기사거리가 되든 말든,  당사자가 어떻게 되든 말든 일단 쓰고 보자는 옐로우 쓰레기들(페이퍼라는 용어조차 아깝습니다)이 이제는 대세를 점한 모습입니다. 심기일전하여 새로 시작해보자고 일어선 당사자들이 저런 기사를 보았을 때 어떤 절망감을 가지게 될지, 저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외국에 산다고 너무 함부로들 합니다.

  이곳에서 함께 사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