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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강아지가 '단산 수술' 받은 후





  수의사한테 예방 접종을 시키러 갔더니 조심스럽게 수술을 권합니다. '단산 수술'입니다. 태어난 지 6개월 되는 때에 하면 강아지도, 의사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으니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95%가 수술을 받는다"면서도, 의사가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는 혹시나 '매상'을 올리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우리  엘리보다 1년 가량 먼저 태어난 같은 종 요키를 키우는 이웃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집은 자연스럽게 두겠다는 생각에 수술을 시키지 않았는데, 새끼 볼 생각 없다면 반드시 시키라고 권했습니다. 서방 찾아주기도 힘들고, 발정기 때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너무 안쓰럽다고 했습니다.

   엘리가 태어난 지 정확하게 6개월에 되는 날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수술은 레이저로 한다고 했습니다. 9시30분에 데려다 놓고, 오후 3시30분에 데려가라고 합니다. 비용은 485달러(약 50만원) 들었습니다. 약값을 포함해서 입니다. 비쌌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엘리는 집에 오자마자 축 늘어졌습니다. 아마도 마취를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늘어진 모습을 처음 봐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된 모자를 씌우고는 최소 4일 이상 쓰게 하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수술한 자국을 햝을까 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저 이상한 모자를 '부부젤라'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엘리는 모자를 앞발로 벗겨내는 묘기를 발휘하기도 했으나 1주일 꼬박 쓰고 있었습니다.


 수술 자국은 아랫배 쪽에 있습니다. 아물지 않은 것을 자꾸 빨면 덧날 것은 분명합니다. 더운 여름에 불편한 부부젤라를 1주일 잘 쓴 덕분에 상처는 잘 아물었습니다.


 부부젤라를 벗자마자 사고를 치기 시작합니다. 가장 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사진처럼 화장실의 휴지를 밖으로 물고 나와 먹고 노는 겁니다. 평소에는 혼이 많이 났으나, 수술 직후에는 대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겁대가리가 없어졌습니다. 뭘 잘 했다고, 휴지를 물고나와서도 배 만져달라고 발랑 뒤집습니다.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상처는 다 아물었습니다.
  밥도 잘 먹고, 배 만져달라고 뒤집기를 잘 합니다. 틈난 나면 발라당 뒤집습니다. 사고를 쳐서 혼도 엄청 납니다. 정해진 곳에 쉬나 응아를 하면 치즈를 여전히 잘 얻어 먹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화장실 바닥에다 두번씩이나 쉬를 하고, 둘째의 방에 들어가 응아를 하는 바람에 한 소리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