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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한국 세관, 광우병 핑계로 '미국산 육포' 빼앗다


  
   얼마전 캐나다에서 한국을 방문한 어떤 이가 인천공항 세관에서 선물로 들고간 육포를 여러 개 빼았겼다고 합니다. 말은 '반입 금지'였으나 실상은 압수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보관료를 내라고 했다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판이어서 육포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육포를 빼앗은 이유를 들으니 어이가 없습니다.  광우병 때문이라고 합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바로 그 짝입니다. 

  날고기도 아닌데(광우병 사태가 나기 직전까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LA갈비를 꽝꽝 얼려 네모나게 만들고 포장해 한국으로 가져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고기가 맛있고 싸기 때문인데, 좋은 선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출간된 박완서씨의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에 그 내용이 나올 만큼 흔한 일이었습니다), 광우병 핑계를 대고 반입 금지를 시킨 것을 보고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한국 세관이 반입을 금지시킨 미국산 육포. Costco에서 구입한 상품인데, 한국 Costco에서는 똑같은 상품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하다. 
  

  아시다시피, 육포는 고기를 말린 다음 가공을 해서 만든 가공식품입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어느 슈퍼마켓을 가더라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선물로 가져갈 때는 주로 Costco에서 구입합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널리 유통된다는 것은,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광우병과 무관하다고 검증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 세관에서 '쇠고기'로 만든 식품이라고 반입을 금지한 것은, 캐나다나 미국의 검증 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잘 모르겠으나 캐나다의 광우병 차단 시스템은 이곳 사람들이 100% 신뢰할 정도로 철저합니다. 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 정부당국은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발표합니다. 소비자들이 정부의 발표를 믿는 까닭에, 광우병이 발견되었다 해도 쇠고기 소비량이 줄지 않습니다.

  일반 쇠고기에 관해 이렇게 철저한데, 가공 식품인 육포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육포가 미국산이라고 하나 캐나다에 건너올 때는 철저한 검사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세관에서는 무슨 근거로 가공 식품인 육포를 반입 금지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광우병 파동 때문에 아무리 민감해졌다고 하나, 미국산 생쇠고기가 버젓이 수입되는 판국인데, 이번 경우는 '오버'가 좀 심한 편입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큰 가방 2개에 육포를 나눠 넣었는데, 그 중의 하나만 문제를 삼았다는 사실입니다. 광우병이 우려되어 검사를 철저하게 할 요량이면 단 하나도 빠짐없이 잡아내야 합니다. 육포의 반입 금지가 한국 세관에 내려진 지침이라면, 이번 건에서는 세관이 직무유기를 한 것입니다. 그들이 의심하는 대로 육포에 광우병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면, 그것을 버젓이 통과시킨 꼴이 됩니다.

  육포와 같은 가공식품을 문제 삼는다면, 화장품 등 쇠고기의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모든 상품을 반입 금지 리스트에 올려야 합니다.
 
  광우병에 관해 민감해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국 세관의 이같은 무원칙과 무지는 나라 망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등 정작 힘을 써야 할 곳에는 제대로 쓰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힘을 빼다 보니 당국이 한국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육포는 결국 세관에 남게 되었는데,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처리했을지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