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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맨해튼 '한국 명물' AM Records, 역사 속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 32가 코리안타운에 있던 AM Records가 지난 5월31일 문을 닫았습니다. 임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15년 가까이 맨해튼 K타운을 지키던 전설의 레코드 가게가 역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레코드 가게가 '웬 전설?'이냐고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AM Records는 전설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 전설. 뉴욕의 한 복판에서 한국 음반과 영화 DVD를 판매했다는 사실. 주 고객이 누구냐 하면, 당연히 한국 사람들이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DVD가 아니더라도 영화나 드라마를 '무료로' 구해볼 통로를 여럿 알고 있습니다. 굳이 돈 주고 사지 않습니다.또한 음악의 경우도 직접 다운 받거나 무료로 다운 받는 문화가 남아 있어서, 돈 주고 CD를 사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고객은 대부분 외국 사람이었습니다. 한류를 접하고 한국 대중문화에 매료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뉴욕에만 오면 K타운의 AM Records를 찾았습니다. 차이나타운에 가면 똑같은 물건을 구할 수 있어도, 그들은 K타운의 AM Records로 꾸역꾸역 찾아왔습니다. 물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일본 사람들은 물론 달라이 라마가 사는 티벳 정부 사람들도 왔고, 멕시코에서도 왔습니다. 브라질에 사는 사람도 왔고 유럽 사람도 왔습니다. 미국의 촌에 사는 사람들 또한 주요 고객이었습니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 뉴욕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세계를 향해 퍼뜨리는 메카였지요. 

  한국의 영화, 한국 드라마, 한국의 대중음악이 AM Records를 통해 전세계로 얼마나 많이 전파되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두번째 전설.  AM Records는 뉴욕에 거주하거나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습니다. 대중음악 영화 미술 뮤지컬 오페라 등 예술의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들러 정보를 얻고, 정보를 주고 갔습니다. 이름만 대면 깜짝 놀랄 만한 가수와 제작자, 매니저들이 드나들곤 했습니다.

 기자들은 이곳을 통해 기사거리를 얻고, 취재를 하고, 취재원을 소개받곤 했습니다. 

  AM Records이 각 언론에 제공해온 특종의 대미는 '노정연씨의 뉴저지 아파트가 호화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의 블로그가 그 제보를 받아 포스팅한 이틀 사이 70만 독자가 기사를 읽었고 댓글만 400개가 훨씬 넘었습니다. 댓글을 통한 논란 끝에 호화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가려졌으리라 믿습니다. 다른 기사를 쓸 때는 달러를 꼭 한국 원화로 환산하면서, 노 전대통령의 경우에만 달러로 표기하는 한국 미디어의 저급한 술수도, 이번 기회에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맨해튼은 화장실의 지옥입니다. AM Records가 한국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편안한 사랑방이었나 하면, 어떤 유명 여가수는 화장실을 찾아 이곳으로 급히 달려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세번째 전설. 이 대목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인데, 공개된 지면인 관계로 공개하기가 곤란합니다. 세번째 전설이 있다는 것만 기록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AM Records가 문을 닫는 소식을 듣고 5월 말일 AM의 팬들이 가게로 몰려왔습니다. 이들은 주인과 인사하고, 사진도 찍고, DVD를 마지막으로 구입해 갔습니다. "꼭 다시 보자"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주인장은 휴일도 없이 십수년을 일해왔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젠 잠시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