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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노무현 딸 아파트와 국물녀의 닮은 점


 
  노정연씨의 뉴저지 아파트에 대해 급기야 이런 제목이 올랐다.


    노무현 딸 구입한, 美 고급아파트 보니 '헉'

 
 

내용을 보니, 동아일보 소유인 채널A라는 곳에서 취재를 했고, 이를 받아 역시 종편 채널을 운영중인 매경에서 위의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중산층이 사는 이 아파트가 왜 그렇게도 고급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몇년 전에는 '호화'라고 하더니 이제는 격을 한 단계 낮췄다. 

   몇년 전,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 은행에서 모기지를 110%까지 주던 시절, 뉴저지 철길 옆 쓰레기 매립지 위에 세워진 80만불짜리 아파트 2채가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고급으로 보이는가.  노정연씨가 자기 식구와 오빠 식구들과 함께 살려고 아래 위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두 채를 합쳐 당시 160만불에 샀다고 예전에 발표된 적이 있다. 당시 기사는 두 가족이 살 공간이란 것은 쓰지도 않고 단지 복층 구조라는 점만 밝혀 '고급'을 강조했었다.

  지난번 노무현을 비판하는 매체들이 호화라고 기사 쓸 때는 복층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4층의 2채, 그것도 채널A의 취재에 따르면, 2베드, 3베드룸이다. 방 3개짜리, 2개짜리를 고급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부터, 캐나다나 미국에서 보면 참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피트니트 센터, 야외 풀장이 있고 허드슨 강이라는 뷰를 근거로 '고급'을 강조하는데,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그것들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중산층 아파트라면 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서울에서야 고급 아파트만 보유한 것들이지만 북미의 환경은 한국과는 판이하다. 노정연씨의 아파트는 허드슨 강 옆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창과 강이 마주 보는 게 아니라, 90도 각도로 되어 있어 강을 볼 수도 없다. 

  그 사실은 아래의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다. 허더슨 강을 지나 멀리 맨해튼이 보인다. 아파트의 창이 강쪽으로 나 있는 게 아니다.


  이게 '헉' 소리 나는 고급 아파트에 세워진 차들인가? 미국의 고급 아파트에는 당연히 고급 차들이 있다. 내 상식으로 고급차라면 밴츠와 BMW급이다. 렉서스도 고급 축에 낀다. 문제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위의 차 중에서 무슨 차가 고급인가. 

  고급 아파트라면 주차장에 나같은 사람이 들어가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없고, 사진도 찍을 수 없다. 나는 노정연씨가 샀다는 그 아파트에, 친구 차를 타고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들어갔었다. 고급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경비원 한 명 보지 못했다. 그 흔한 시규러티 한 명 없었다. 북미의 아파트 문화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들이, 답을 정해놓고 취재를 갔으니 '헉' 소리가 나올수밖에...  한국과는 너무도 다르니까.

  나는 노정연씨의 아파트를 객관적인 근거가 아니라, 자기 생각과 의도로 먼저 프레임을 만들어 놓은 채 거기에 맞춰나가는 비슷한 광경을  '국물녀 사건'에서 다시금 본다.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규명하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작은 단서를 자기식으로 왜곡하여 비난하고 비난을 통해 기정사실화하는 게 비슷하다. 

  나는 인터넷으로 이 사건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국물을 받아 돌아오는 여성과 왼편에서 달려오던 아이가 부딪힌다.


  아이는 국물든 손을 치고 뜨거운 듯 얼굴을 가린다. 그러나 국물을 쏟게 한 것은 아이이지, 어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미안한 일이지만, 원인 제공자는 분명히 아이이다. 



  

  아이는 엄마에게로 달려가고, 국물을 쏟은 여성은 인터넷에 '아이에게 화상을 입히고 도망간 파렴치한'으로 몰린다. CCTV가 없었더라면 이 여성은 헤어날 길이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 부모가 만든 프레임에 이 사건을 집어넣어, 위의 여성만 비난했다. 아이의 얼굴에 국물을 쏟고 '도망'갔다고. 부모가 만든 프레임에는 물론 "우리 아이가 식당에서 뛰어다녔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부모는 고소를 한다고 했다. 식당에서 아이를 뛰어다니게 해서 생긴 일이니, 자기 스스로를 먼저 고소하든 고발하든 해야 할 것이다.

   사실의 앞뒤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해 남을 단죄하는 수법. 바로 이 수법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노정연씨 아파트에 대해 고급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국물녀 사건은 많이 닮아 있다. 이것은 범죄이다.

  국물녀 사건을 만든 당사자들이야 얼굴에 화상을 입은 부모인데다, 전문 기자가 아니니 그렇다 치자.

  월급을 받으며 기사를 쓴다는 프로페셔널들이 쓰레기 매립지 위에 세워져, 분양도 안되어 몇년 동안 비어 있던 아파트를 두고 '고급'이라고 우기는 것은 보기에 안쓰럽다. 그들의 눈에는 아파트 바로 길 건너에 있는 기차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인가. 기차길 옆에는 예나 지금이나 오막살이밖에 없다. 큰 길의 차 소리와, 기적소리 요란한 기차길 옆에 '헉' 소리까지 나게 하는 고급이 있을 리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