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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캐나다에 제주올레가 생겼습니다!


   제주올레가 캐나다 토론토에 좋은 추석 선물을 주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제주올레 길이 생겼습니다.  이제, 캐나다 토론토에 살면서도 진짜 제주올레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2011년 9월10일(토) 오전 10시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브루스 트레일에 제주올레 '우정의 길'이 열렸습니다. 오렌지빌이라는 작고 예쁜 도시에서 10분 거리,  토론토에서 동북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하클리밸리라는 아주 아름다운 길입니다. 숲이 깊고 계곡이 있습니다. 굴곡이 있어 등산 기분도 납니다. 

  작년 11월 브루스트레일 관계자들이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올레 2구간을 브루스트레일로 이름 지은 데 이어 9월10일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과 김민정 홍보팀장이 캐나다를 방문해 이곳에 제주올레 표식인 '간세'를 박았습니다. 위는 브루스트레일에서 일하는 재키 랜들과 제주올레의 실무자인 이수진 안은주 씨가 작년에 제주올레 2구간 브루스트레일 우정의 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번에는 브루스트레일 하클리밸리에서 서명숙 이사장과 브루스트레일 실무자들이 간세를 설치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이 재키 랜들입니다. 위의 사진은 제주올레 우정의 길 개장을 의미하는 테이프 풀기 의식입니다. 테이프 색깔이 눈에 익습니다. 바로 제주올레에서 보았던 제주올레의 색깔입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 서명숙 이사장 옆에 서 있는 인사에 관한 것입니다. 토론토 시의회 7선인 조성준 의원입니다. 좋은 자리에 축하하러 온 것은 반가운 일이겠으나 그는 기초적인 지식도 없이 왔습니다. 참가자 250여명 중에 복장이 유일하게 튑니다. 드레스코드를 완전히 무시합니다. 축하 연설 기회를 얻어 영어로, 한국어로 이야기 하는데 제주올레라는 단어는 한번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제주도(Jeju Island)'가 아름답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만 합니다. 저 인사는 올레길을 모르는 듯했습니다. 남이 차린 잔치에 얼굴이나 내밀고 점수를 따려하는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봅니다. 참가자 모두가 함께 걷고 기부도 하며 우정의 길을 축하했으나 저 정치인은 테이프만 풀고, 걷는 시늉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사라집니다. 한국에서 무수히 보아온 '꼴'을 이곳에서도 봅니다. 어디를 가든 비슷한 정치인은 있는 모양입니다.<토론토스타>에서 저 인사를 낙선운동 대상자로 여러 차례 선정한 이유를 조금 알겠습니다. 


 


 




  제주올레길은, 브루스트레일의 중심 길과 톰이스트트레일, 글랜그로스사이드를 연결하여 총 9.6km에 달합니다. 길을 걸어보니,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서 산행하는 기분이 납니다. 천천히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릴 듯합니다. 한 나절 걷고 도시락 먹고 오기에 딱 좋은 거리입니다. 중간 중간 계곡도 있습니다. 위에서 좋은 사진은 모두 문창균이 찍은 것입니다.  


  브루스트레일 제주올레 길 개장 행사에는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참가해 축하했습니다. 브루스트레일 사무국에 참가 신청을 한 인원만 200명이 넘었고, 어림짐작하기에 300명 가까워 보였습니다.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인파와 열기에 놀랄 정도였습니다. 토론토의 한인 산행팀이 총출동했고, 내가 아는 친구와 선후배 님들이 20여명, 그리고 브루스트레일의 자원봉사자와 멤버들이었습니다. 그만큼 제주올레 우정의 길 개장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여기에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주인공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책을 들고와 사인을 받고, 많은 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인기가 좋아서 걷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과 김민정 홍보팀장은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에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올레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체력을 단련하고 비축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브루스트레일은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먹은 후 이렇게 축하 공연까지 펼쳤습니다. 소박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서 이사장이 음악에 취해 춤바람이 드는 바람에, 귀환을 위해 내가 팔을 잡아 끌어야 했습니다.

 
  브루스트레일에서 행사를 얼마나 깔끔하고 성실하게 진행하는지, 거기에 대해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가 신청을 한 이들을 위해 이렇게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햄, 애그샐러드, 참치샐러드 등 샌드위치의 종류도 다양했고 맛이 좋았습니다. 사과와 음료수, 물까지 완벽했습니다. 자원 봉사자들이 나서서 참가자들을 앞뒤에서 이끌었고, 걷는 팀을 둘로 나누어 혼잡을 피했습니다. 힘겨워 하는 이들을 위해 5km 지점에서 자동차를 제공하는 운영의 묘도 보였습니다. 모든 것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초보자나 어린이들에게 길이 약간 험할 수도 있었으나, 이같은 준비와 배려 덕분에 누가 작게라도 다쳤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기꺼워 했습니다. 캐네이디언도 그랬고, 한국 사람들은 여럿이 감격해 했습니다. 자주 와서 이 트레일을 사랑하고 아끼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좋은 하이킹 코스가 많지만 제주올레길이 이곳에 열렸다는 것은 이곳에 사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큽니다.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갈곳이 생겼다는 의미도 있고, 손님이 와도 함께 갈곳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나이아가라에만 줄창 갔으나, 브루스트레일 제주올레 길을 보여주면서 캐나다 자연의 진면목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고맙고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직장에서 13년 동안 형제처럼 지냈던 서명숙 이사장과 작년 제주도에서 만났던 김민정 홍보팀장을 이곳에서 다시 보니 좋았습니다. 작년초 전화 통화하면서 나더러 "성우제를 제주올레 캐나다 지부장으로 임명하노라!"라고 장난스럽게 얘기하더니, 그 말이 씨가 되어 결실을 맺은 듯하여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내가 한 일은 거의 없지만…. 

  특히 이번 걷기에서, 원로 선배님과 함께 걸어 나에게는 의미가 더욱 컸습니다. 전병웅 선배님은 암 투병을 하다가 최근 수술을 받고 회복중이신데, 이번 제주올레 개장 행사에서 사모님과 더불어 씩씩하게 걸으셨습니다. "인명은 하늘에서 이미 정해놓은 것이니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감동적이었습니다. 4·19세대로서 1960년 4월18일 고대생들이 국회의사당까지 밀고갔던 행진 대열의 선두에 섰던(2학년이어서) 이야기를 걷는 중에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다음에 기회를 잡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