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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

외국에 살면서 블로그에 왠 몰입?

    오늘 블로그의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김에, 아예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서입니다.

  본격적이란 것은 무슨 의미인가? 

  앞으로 얼마 만큼 자주 글을 올릴지 모르겠으나, 제가 사는 지역에서 보내는 '캐나다 통신'으로서, 아웃사이더의 시각으로 보는 뉴스와 다양한 신변잡기를 적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를 하게 된 동기는 블로그를 통해 옛친구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위 주소가 적힌 블로그에 들어가시면, 한국 최고의 블로거들과 맞닥뜨립니다. 그 중의 한 명인 김훤주가 저의 대학 '유일 절친'입니다. 저는 그 절친을 이민을 오고 난 다음에야, 거의 20년 만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제게 "아웃사이더의 미덕이 무엇인가, 아웃사이더의 심정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소리를 좀 시원하게 빽빽 질러대라는 의미지요. 저는 그 뜻이 무엇인지 압니다. 

  소리를 빽빽 질렀더니, 순식간에 수만명의 독자들이 제 블로그로 몰려왔습니다. 

  아웃사이더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숙명적인 시각'을 갖게 됩니다. 외국에 산다고 하나, 한국인이고 한국말 하고, 한글로 글을 씁니다. 불구덩이 속에서는 화재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모르지만, 강건너에서 불구경을 하면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강건너에서는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 방화범을 고발할 수도, 소방수들을 응원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 친구가 요청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한국에도, 캐나다에도 아웃사이더인 제가 할 수 있는 건, '변방에서 우짖는' 그것도 처절하게 우짖어야 하는 새 신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처절하게도라도 우짖어야 사람들은 아웃사이더를 쳐다봐 줍니다. 

   하룻밤에 수만명이 변방에서 우짖는 소리를 듣고 찾아오셨습니다. 고마운 방문객 가운데서도 아픈 소리 하는 분들이 더러 계셨습니다. 뾰족하게 날을 세워 아프게 하시는 분들도 참 고마웠습니다. 뾰족한 사람들끼리 창 싸움 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게 좋거든요.

  "외국에 나가서 왜 한국일에 관심이 그리 많아? 그럴 양이면 아예 한국으로 돌아오지 그래?" 

관련 사진도 없고 하여 재미난 이미지 한 장 올립니다. 4월25일(토) 오후 토론토에는 순간적으로 돌풍이 몰아쳤습니다. 저 큰 나무가 뿌리째 뽑혀 넘어졌습니다. 지붕을 덮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저보다 더 나이를 먹은 것 같은 저 큰 나무가 넘어지는 것을 보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저도 과거에 뉴욕 출장 갈 적에 느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는 <뉴욕타임스> 대신 <중앙일보>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선거에 관심이 없고, DJ냐 이회창이냐 하며 거의 멱살잡이를 하며 싸웠습니다.

   당시 제 눈에도 한심해 보였습니다. 한국을 '버리고' 외국에 살러 나와서까지 한국 일에 저렇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참 이상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처지가 되고 보니,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한국의 촛불시위를 두고 이곳에서 격론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도 그렇게들 관심이 많았는데, 지구촌 한 구석에서도 한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듣는 지금은 관심의 농도가 더욱 짙어지겠지요.

  외국생활이라 하여, 한국생활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비지니스(혹은 직장)만 외국 사람들과 함께 할 뿐, 그 나머지는 모두 한국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김치 먹고, 집에서 한국말 쓰고, 한국 사람 만나고, 한국 교회 나가고, 한국 드라마 보고, 한국 연예프로 봅니다. 의사도 한국 의사를 찾습니다.

  한국 소설 보고, 한국 사람과 골프치고, 한국 식당 가고, 식당 가서 소주 마시고, 노래방 가고…. 꼽자면 한이 없을 정도입니다. 외국 사람과의 교류는, 옆집 백인 노인네를 만날 적마다 "하이, 하와유?" 하는 정도이지 그 이상은 할 말이 없습니다.

  한국 이민자 100 가운데 90명은 이렇게 삽니다. 이것이 캐나다에서의 일상적인 삶입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이민을 온 대다수의 민족들이 이렇게 자기 커뮤니티 안에서 옹기종기 교류하며 삽니다. 단순 노동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도 그 커뮤니티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철밥통 일자리, 이를테면 청소, 지하철, 건설 등의 부문에서도 특정 민족이 밥그릇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여분이 생기면 겨우 다른 민족에게 선심쓰듯 나눠줍니다. 지연, 학연, 혈연은 한국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덜하지는 았습니다.

  말하자면, 이곳은 캐나다지만 외국 사람과의 교류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질 뿐, 한국 사람의 삶은 거의 모두 한국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곳에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한국적으로 사는지, 한국에서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곳 사정을 잘 알려고 라디오 뉴스도 듣고 신문도 봅니다. 돌아가는 상황이야 파악되지만 뉴스에서도 별 재미를 못 느낍니다.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봅니다. 참 재미나고 크게는 보이는데, 발언을 하려 하면 늘 뒷북을 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민1세는 양쪽 사이의 숙명적인 아웃사이더(제가 아는 한 약 1%는 주류에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딱 한 명 있습니다)라는 점을, 뼈저리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뉴스를 접하거나 해석하는 데 한 박자가 빠른 직업에 종사했습니다. 한국을 떠나고 보니, 아무리 애를 써도 한 박자가 느립니다.

  이곳 신문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굵은 줄기만 간신히 보며 갑니다.

  일종의 문화 지체 현상이 생겨납니다. 게다가 한국 사람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또한 만나는 사람이 늘 정해져 있다 보니, 게다가 새로울 것이 거의 없다 보니, 사람들과 만나는 일 자체가 지루합니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뉴스'였고, 사람 만나는 재미가 사는 재미였습니다.

  문화 지체를 느끼고 인정하면서 심정적으로 많이 아팠습니다. 어떻게 해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 숙명입니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야 그 숙명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하면서, 한글을 읽는 세계 방방곡곡의 낯모르는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것입니다. 은희경의 소설 제목대로 '타인에게 말걸기'를 하며,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남자들의 수다가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것은, 이민을 와서 알았습니다. 

  다름아닌 저의 블로그인 만큼 뉴스를 내보낼 수도, 일상잡사에 대한 넉두리를 늘어놓을 수도 있겠습니다. 원고 매수 제한도 없고, 기자처럼 수치를 확인하여 딱딱 제시해야 하는 부담도 없습니다.

  한글로 글을 쓰며, 국내외의 낯모르는 독자들에게 말걸기를 하면서 그 문화 지체를 해소해 보려 합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성원과 격려와 비판과 질책을 기대한다고 하면, 꿈이 너무 크다고 할까 봐 그만 두겠습니다.

  최근, 황석영씨가 왜 감옥에 갈 것을 뻔히 알면서 한국에 들어갔나를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글쟁이에게 외국에서의 생활은 그 마음을 감옥에 가두게 하는 것입니다.  문화 지체를 겪으면 글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한글로 글을 쓰는 한국 작가에게 외국 생활이란 그 자체로 감옥인 것입니다. 한국에 들어가면, 몸은 감옥에 있으되 마음은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의 자유를 얻어야 글을 쓸 수 있기에 감옥 생활을 마다 않고 한국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황석영 같은 작가도 아니니, 저는 블로그로 한국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재미나다면 함께 수다를 많이 떨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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