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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뉴욕에 '국립' 한식당을? <대장금>이 웃는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한국 음식을 세계화한다며 국립 한식당을 뉴욕에 만들겠다는 뉴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외국의 큰 도시에 사는 나 같은 범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기 막힌 아이디어가 있다면 모르겠으나, 그런 게 없다면 돈 장난이나 하다가 약삭 빠른 놈 주머니로 흘러들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음식을 세계화하는 데 250억원의 예산이 확보되어 있다는데, 그 정도로 어느 세월에, 어떤 방법으로 한국 음식을 세계화할 수 있을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한국 음식 세계화를 기획하고 국가 예산까지 따낸 이들이 머리를 조금만 더 썼더라면, 이미 검증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요즘 토론토의 한국 식당에 가면 한국 사람 찾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저녁 때 소주 마시러 갔더니, 온통 중국 사람이고 간혹 백인과 중동계 사람들도 우리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한국 식당에서 한국 사람이 주눅이 드는 묘한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한국 음식이 세계화한 이같은 현장은,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모인 토론토에서 이제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음식을 외국 사람들에게 맛들인 일등 공신은,  다름아닌 한국의 드마라, 그 중에서도 <대장금>입니다.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를 타고 토론토 북쪽 중국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 들어선 한국 식당. 중국인 거리에 한국 식당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대장금>이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이후 한인 타운의 한국 식당에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 음식 맛을 제대로 알았는지, 한국 식당에는 외국 손님이 점점 더 늘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된 해가 아마도 2003년일 것입니다. 저 드라마가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사람치고 <대장금> 안보면 간첩'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놓더니, 세계에 사는 중국 사람들에게까지 퍼져나갔습니다.  바로 저 <대장금> 때문에 토론토에서도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식당을 찾기 시작했고, 한국 음식의 맛을 알게 되면서 자주 한국 식당을 찾고, 이제는 점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국 사람들을 만나면 맛있는 한국 식당과 메뉴를 소개하는 일이 일상화했고, 그것은 바로 좋은 선물이 됩니다. 끝내주는 고급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토론토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의 한류 바람은 아시아 남미 중동에까지 퍼져나갔습니다. <대장금>에 열광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국 음식을 동경하게 됩니다. 월드컵 개최와 경제 성장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성장한 것도, 외국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제가 '후진 것'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고급'으로 통합니다. 오늘도 우리 가게에 온 백인 손님이 말하기를 "중국제는 쓰레기야. 한국제가 고급스럽고 좋아"라고 했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 가게의 위상이 올라갈 지경입니다.

  뉴욕에 국립 한식당 하나 낸다고 한국 음식을 세계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는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쉽고 검증된 방법을 놔두고 왜 엄한 데 돈을 못 써서 안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2, 제3의 <대장금>만 만들면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저절로 되는데도 말입니다. 

  차라리 배우 이영애의 손에 50억원 쥐어주고 외국의 한국 식당들 한번 순회하게 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겠습니다.  <대장금> 후속편까지는 아니더라도, 250억원을 투입하여 이영애 나오는 드라마만 만들어도 대박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대장금>으로 인해 이영애는 여신의 경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토론토에서는 확실합니다. 이게 가장 쉽고, 또 검증된 방법입니다. 


  답답해서 또 썼습니다. 돈 되는 다른 원고가 두 개나 밀려 있는데, 얼마나 답답하면 돈 안되는 블로그에 쓰겠습니까?  하긴, 숙제 앞에 두고 엄한 짓 하면 몇 배는 더 재미 있는 법... ^^ 기자나 PD들이 이 글 읽으면, 취재 해보세요. 아주 재미난 아이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