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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야기

김민선 논란, 답은 명확한데 왜 싸우나?



  
  한국 뉴스를 보니 배우 김민선씨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다시 점화된 모양입니다. 쇠고기 수입업체가 김씨를 고소하였고, 모 국회의원이 공격에 가세했고, 모 배우가 반박에 나섰으며, 우익 논객이라 자처하는 모 인사가 재반박을 했다는 것까지 전해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산보다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 캐나다산 쇠고기에 저와 가족이 100% 노출되어 있는 터라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캐나다는 심심찮게 광우병이 발견되는 나라입니다. 게다가 캐나다 정부당국과 언론은 광우병이 발견될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상세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바람에, 광우병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와도 이제는 모두들 심드렁한 편입니다. 좋게 말하면 광우병이 발생해도 당국의 '철저한 관리'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공인인 연예인이 그런 발언을 해서 어쨌다 △배우는 사회적인 발언을 할 권리도 없느냐 △도대체 김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기나 하고 그런 소리 하는 거냐로 논란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우익 논객이라는 자가  '지적 수준이 안된다'는 '자질론'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상대방의 지적 능력을 의심하는 인신 공격에까지 이르렀으니, 논란은 이전투구 양상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적인 소모전으로 빠져드는 김민선씨의 발언 논란을, 멀리서 관전하다 보니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이미 나와 있는 답을 두고 괜히 싸움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배우 김민선씨는 문제의 발언 이후 미국에서 햄버거를 사먹는 사진이 공개되어 비난을 받았다는데…. 그 사진 자체가, 김씨가 문제 삼은 고기가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씨가 미니홈피에서 했다는 발언의 원본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모 우익 논객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인용한 김씨의 발언은 이렇습니다.

   "광우병 (병원체는) 700도로 가열해도 살아남고 사용된 칼, 도마, 소독한 의료 기구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거의 모든 식자재, 과자류, 화장품과 같은 생활용품에도 쇠고기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별 수 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입니다. 

  김민선씨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라고 말했다면, 그녀의 발언은 문제 삼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산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산이든,  강원도 횡성산이든 '광우병 쇠고기'가 문제입니다. 미국산이든, 한우든 광우병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털어넣는 사람도 정말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비유이고, 쥐약을 마시든 청산가리를 털어넣든 개인의 선택 문제이니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김민선씨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라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은 데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이 정확하다면 김씨의 발언은 분명히 문제가 됩니다. 미국인들이 멀쩡하게 먹고 있는 쇠고기를 청산가리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규정했고, 그와 같은 규정이, 유명 연예인이 내린 것인 만큼 화제가 되고 영향력이 일반인의 발언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김민선씨를 고소했다는 측에서는 바로 그 '미국산 쇠고기'를 문제 삼은 것 같습니다. 단어 쓰임새의 앞뒤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딱 그 구절만 떼어내 해석한다면, 다시 말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이라는 문구만 생각한다면 백번, 천번을 고소해도 할 말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청산가리 못지 않게 위험한 '물질'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 우익논객이 비판을 위해 인용한 위의 문구만 보아도 '미국산 쇠고기'는 액면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로 해석됩니다. 김민선씨 발언의 진의를 해석하자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넣는 것이 낫다'입니다. 그 발언의 진의 또는 맥락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김씨의 발언이 겨냥하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입니다. 앞뒤 문맥을 보면 누가 보아도 명확합니다. 

  따지고 보니, 결국 고소와 논란은 발언의 진의와는 관계없는 '말꼬리 잡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발언의 진의는 '광우병 쇠고기'인데 엉뚱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두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소모적인 감정싸움, 인신공격에 이어 이전투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발언의 진의를 외면한 채, 공인인 연예인의 발언이 젊은층에게 끼치는 영향이라든가, 연예인은 발언한 권리가 있는가 없는가 등을 두고 싸우는 것은 논란도 아닌 말싸움 입싸움 감정싸움일 뿐입니다. 알 만한 사람들이 논점이 분명하게 다른 것을 두고 싸우는 꼴은 볼썽사납습니다.

   답은 간단하고 명확하게 나와 있는데 왜 싸움을 하는가.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국은 정치 싸움입니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말 한 마디가 이 논란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김민선씨가 자기 자식도 아니고, 설사 제 자식이라 해도 미성년자도 아닌데 멀쩡한 성인더러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합니다. 말 자체가 참 가관입니다.

  사족 : 1.자칭 우익 논객은 "김민선 발언의 피해자는 쇠고기 수입업체이며,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고 일부는 이미 파산했다. 김민선씨는 최소한 도의적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고 했다더군요. 문맥상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언급한 것이, '멀쩡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를 파산케 했다는 논리인데…. 두 개를 연결시킨 소비자들이 문제이지, 왜 김민선씨가 소비자들의 판단에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언급한 것은 광우병 쇠고기이지, 멀쩡한 쇠고기까지 먹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닌데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광우병을 발표해도 쇠고기는 여전히 잘 팔립니다. 광우병 고기와 팔리는 고기는 다른 고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산을 광우병 고기로 해석하는 것은, 결국 캐나다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수입당국을 불신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불신은 김민선씨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2. 그 우익논객은 또  연예인들의 광우병 쇠고기 발언을 두고 '돈벌이를 위한 마케팅'용이라고 쏘아붙였더군요.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일 적마다 발언을 하여 소음을 만드는 그가 남 얘기할 입장은 아닌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