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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

이름을 실명으로 바꾼 이유는 이렇습니다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올리고, 한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발행'을 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85꼭지를 썼으니, 한 달에 20꼭지 이상, 사흘에 2꼭지 이상을 쓴 셈입니다.

 변방에 살면서 문화 지체를 느낄 즈음,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시작한 블로그에 그 새로운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방문객이 1백만을 넘었습니다.

 캐나다의 토론토는 한국 문화의 중심지에서 보자면 변방 중의 변방입니다. 오지라는 말도 잘 어울리겠습니다. 그 변방과 오지, 문화의 중심지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써올리는 글에 대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블로그'질'을 하는 와중에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과 관련하여 쓴 글들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2주 전, 한국의 어느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친구 부부가 토론토를 방문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하는 그 친구와 블로그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터넷 댓글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습니다.

  댓글 실명제와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저는 "실명으로 댓글을 쓰게 하면 한국 사회가 많이 조용해지겠다. 자기의 의견에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친구는 "의견을 자유스럽게 개진하는 데 익명이 도움이 된다. 문제가 생긴다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습니다. 제 의견이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고, 친구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저 또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봄나무'라는 닉네임으로 '익명의 자유로움'을 적당히 누려왔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대문에 걸어놓았으니, 아는 사람은 모두 알고, 모르던 분들도 알고자 한다면 제가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아실 수 있습니다.

  알고자 한다면 알 수 있어도 익명과 실명에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본문을 쓸 때보다는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달 때, 닉네임의 자유로움을 적당히 이용하고 누리기도 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진지하지 못하다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하는...

  블로그를 시작한 지 4개월이 넘었으니, 이제는 그 자유로움 대신 좀더 진지하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닉네임으로 쓴다고 하여 글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을 내건다면 글을 쓰면서 적어도 한번은 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름을 내거는 것이 글쓰기에 조금 부담이 될 것입니다. 

  세상과 남을 찌르는 글끝이 조금 무디어져서 재미가 좀 덜할 수도 있겠습니다. 덜한 환경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니, 재미를 찾는 데 조금 더 골몰해야겠습니다.

  과거 인터넷 카페 동호회를 할 적에 실명으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기억해보면 이름에 걸려 있는 책임감과, 당시 이름에 걸려 있는 타이틀(직업)이 있었으니 그것이 힘이 되기도,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힘보다는 부담이 좀더 클 것 같습니다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이렇게 한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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