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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흑인 영어교사 왜 없나 했더니…

한국인은 한국에서도 꼴등, 캐나다에서도 꼴등 대우

   토론토 한국총영사관 교육원이 토론토의 동포신문에 게재한 '굴욕적인' 원어민 영어교사 모집 광고에 관한 글을 작성했더니, 이곳 저곳에서 댓글과 이메일로 관련 소식 혹은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서울에 있는 어느 후배 기자는 총영사관 교육원에서 굴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왔습니다.

  "원어민 교사 채용은 작년부터 MB 정부가 밀어붙인 사안이지요. 처음에는 채용 규정이 꽤 엄격했는데, 그러다보니 지원자가 너무 없어 자격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굴욕'을 감당해야 했지요.^^
  그게 캐나다까지 번진 모양이지?"

  영어를 원어민 교사에게 배우면야 가장 좋겠지요. 그러나 '자격자'를 찾았는데도 지원자가 없으면 하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원어민이라 하더라도 영어(모국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자격자' 혹은 교사 '부적격자'가 초중고교의 교단(닫힌 공간)에 선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저것은 영어 원어민에게 '대학 수료증만 있으면 좋으니 누구(저는 이를 '개'나 '소'나라고 표현했습니다)라도 좋으니 제발 와 주세요' 하고 구걸하는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게다가 선착순 선발이라니, 대학 수료증을 가지고 영어만 한다면 '짐승같은 사람'일지도 원어민에게 우리 아이들을 무방비 상태로 맡기는 꼴입니다.

  다름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저렇게 구걸하듯 저자세로 나오니, 댓글을 단 어느 현장 영어 선생님의 말씀처럼 '자격도, 능력도, 인성도 안되는 못된 것'들이 모국어(영어)와 피부 색깔 하나만 믿고, 대한민국을 능멸하며 까불고 설치는 것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저는 한국인 교포2세들이 '차별'을 당한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원어민 교사 채용 공고를 보면 '재외동포는 최소 중학교 7학년부터 영어권국가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은 자'라고 자격 요건을 제한해 놓았습니다.
   
   '중학교 7학년'이라는 어색한 표현이 어떤 연유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그냥 '7학년'(고2는 12학년이라고 합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중학교 1학년'을 의미합니다.
  
   8학년에 왔든, 9학년에 왔든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면, 영어 능력이 원어민에 비해 많이 뒤지지는 않습니다. 영어를 늦게 시작했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대학을 졸업했으니, 교포 학생들 사이에서 우수한 인재를 찾기가 훨씬 쉬울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이야 세계 어디에 가서도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총영사관 교육관에서 '지원 자격'에서부터 한국인에게 차별을 두는 데서 나아가, 어느 경험자가 단 댓글을 보니, 한국에서는 속된 말로 기도 차지 않는 한국인 차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어 선생을 뽑는 데, 인종차별이 이만저만이 아닌데다, 한국에서 한국인을 가장 밑바닥에 둔다고 합니다.  영어를 피부색깔로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답답한 것은 한국에 영어가르킨다고 오는 '백인'들보다는 교포들이 자질로나 무엇으로나 훨씬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되었든 학원이 되었든 '백인'을 선호한다는거죠. 
   한국에 있는 영어교사들에게는 등급이 있습니다. '백인여자'가 가장 좋은 대우를 받고 그 다음이 '백인남자'. 그 다음이 백인, 동양계를 제외한 영어권 여자, 그 다음이 남자, 그 다음이 동양권 여자, 동양권 남자. 그리고 마지막이 교포…. 
   저는 호주에 살고 있는데 잠깐 한국에 가서 영어교사를 할 때 일부러 한국말 할 줄 아는 걸 숨겼답니다. -_-;; 한국말이 유창하면 의심하면서 안뽑아주더군요.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분명히 한국말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어려움도 이해하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좀더 체계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또 업무적으로도 한국말을 못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교포 학생이 한글로 이 정도의 글을 쓴다면, 한글(가정) 교육을 썩 잘 받은 편에 속합니다. 한글로 자기 표현을 이렇게 하면서, 호주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영어 또한 완벽하게 구사한다면 영어 교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해 보입니다. 캐나다에서 보기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보면서 외국에 사는 저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한국 사람이 다름아닌 모국에서 외국보다 더한 차별을 받고 있구나 하는…. 다시 말하거니와 영어를 피부색으로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차별을 하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결국 교사의 자질을 심사해 영어 교사를 채용하는 게 아니라, 벽안의 하얀 피부색으로 '전시 효과'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한국인이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영어권에서 찾지 못하면, 앞으로 동유럽과 러시아의 대학 영문과로 하얀 선생 찾으러 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실 안에서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교실 바깥에서 보기에 하얀 선생이 가장 잘 가르치는 것으로 판단하고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전시형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배우는 사람들도 착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지고 보니, 교포들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7순위'군요. 모국에서도 한국인이 7등 대접을 받는데, 한국 바깥에서 7순위 대접 받는 것은 앞으로 그리 서러워 할 일도 아니겠습니다. 

   캐나다 사회에서 오랫 동안 살면서 이력서를 무수하게 뿌려본 경험이 있는 어느 한국 분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이력서 이름에 한국 느낌이 나는 이름과 영어 이름만을 적어 넣었을 때, 연락이 오는 빈도가 달랐다고 했습니다.
 
    취업 우선 순위에서, 앵글로색슨 1위, 서유럽인 2위, 영어 완벽한 흑인 3위, 피부가 하얀 동구권 · 러시아계 4위, 영어 잘 하는 인도계 5위, 쪽수로 밀면서 영어도 한국사람보다 훨 잘 하는 중국계 6위, 그리고 한국 사람이랍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 사람 앞에 들어갈 '민족'이 더 남아 있습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필리핀 사람들입니다.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맨 밑바닥인 셈입니다.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눈에 보인다면 오히려 쉽습니다)이런 차별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릅니다.

  외국에서 교육 받은 한국 사람이, 피부색이 같다, 같은 정서를 지녔다,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에서도 7순위로 밀려 차별을 받는데, 외국에서 7순위, 8순위 받는다고 앞으로는 절대 서운해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꼴등 대접을 받는데, 남의 나라에서 왜 꼴등 대접하냐고 어디 항변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영어 학원 다닐 때 '흑인 교사'를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흑인뿐 아니라 백인 외에는 다른 피부 색깔을 지닌 영어 교사를 아예 보지를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왜 미처 이같은 문제 의식을 갖지 못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또한 피부색이 실력을 의미하는 줄로 착각을 했습니다


  어느 분께서 길 "캐나디언 흉내 못내시면 평생 이방인 마인드"라면서 "걔네들처럼 가드닝 하고, 바베큐하고, 골프치고 그러시면 되는데…"라길래, 저도 골프치고, 바베큐 하고, 가드닝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집 앞 꽃밭에 핀 꽃들을 올립니다. 제가 키웠다기보다는 저절로 자랐습니다만서도...^^
  위의 글에 맞는 사진거리도 없고 하여…. 하지만 가드닝 안한다고 캐네이디언 아닌 것이 아니며, 모국에 관심 갖는다 하여 코리언-캐네이디언 아닌 게 아닙니다. 몸이 어디에 있든, 마음과 정신이 자유롭게 가고자 하는 곳에 가게 하는 것, 이것이 캐네이디언을 넘어 사람이 사는 방식입니다. 유학과 주재원과 같이 방문하는 삶이 아니라 이곳에서 진짜 살아보면 압니다.


  가드닝을 한다는 증거 하나 더. 잔디에 움푹 파인 곳에다가 거름흙에 잔디 씨앗을 버무려 뿌렸더니, 2주만에 이렇게 파란 잔디싹이 돋아납니다. 봄에 이렇게 해두면, 여름의 강한 햇볕에 타죽지 않는 이상 잔디가 됩니다. 저 죽일 놈의 잔디에 물 주느라, 여름에는 사람이 아주 죽을 고생입니다.


 가드닝 안하는 옆집 잔디밭. 안한다기보다는 팔순 할마씨가 힘에 부쳐 못합니다. 가드닝 전문업체에 맡겨 비료도 주고 깎아도 주지만 민들레 파내는 것까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민들레 홀씨가 우리 집으로 날아올까 봐 노심초사해야 합니다.

  한국에서야 민들레가 좋은 꽃 대접을 받지만, 캐나다에서는 '독충 못지 않은 잡초'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민들레는 저 혼자만 살겠다고 주변의 식물들, 특히 잔디를 완전히 죽여버리기 때문입니다. 가드닝을 하는 사람에게 민들레와 토끼풀은 제1의 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