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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이

한국정부는 외국인이면 '개'나 '소'나 다 영어교사로 뽑나?

  '한국으로 이민가는 캐나다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생각하면서 사진 요소를 떠올렸습니다. 한국 식당에서 밥 먹다가 언뜻 본 광고가 생각나서, 마침 오늘 잘라 왔습니다.
  
  토론토 한국 총영사관 교육원에서 올린 '대한민국 정부 초청 원어민 영어교사 모집' 광고. 일단 사진부터 찍어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도 이렇게 뽑아서 보내는구나' 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모집'이라는 광고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었습니다. 보수 및 혜택, 지원 자격 등등이었습니다. 아마 사진을 찍어 올리지 않았더라면, 저부터 믿지 못했을 희안한 광고 문안이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그대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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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초청 원어민 영어교사 모

대한민국 교육과학기술부는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열정과  봉사정신이 강한 능력있는 영어권 젊은이를 초청하는 정부초청 영어교사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선발된 젊은이는 2009년 9월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며, 다음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정부초청 해외 영어봉사 장학생 모집 : (한인 교포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한국 체험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바람직한 프로그램입니다. 내용은 생략).

*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모집

1. 프로그램 목적

  ● 한국 초중고등학교 영어공교육 강화 및 영어권 젊은이 한국체험 기회 제공(주당 22시간 이내)

2. 모집 인원(토론토 공관) : 30명, 1년 계약(계약 종료 후 연장 가능)

3. 보수 및 혜택

  ● 매월 210만원~270만원(근무지역, 학력, 경력, 교사자격 여부에 따라 차등 지급)
  ● 왕복항공권, 숙소, 초기정착금, 보험(의료, 연금)금, 퇴직금, 연 21일 유급휴가 제공
  ● 계약 기간(1년) 만료 후 재계약시 귀국 왕복항공권 및 2주 추가 유급 휴가

4.지원 지격

  ● 영어권 국가의 시민권자(재외동포는 영주권자도 가능)로서,
  ● 영어권 국가 대학에서 4년 이상 과정을 수료한 재학(졸업)생
  ※ 재외동포는 최소 중학교 7학년부터 영어권국가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은 자

5.지원 서류 및 지원 절차

  ● 지원서(자기소개서, 자기 건강보고서)를 EPI(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작성한 후,
  ● 나머지 서류와 함께 토론토총영사관 교육원에 우편 또는 방문 접수
  ※ 대학 성적 증명서, 추천서, 여권사본, 범법기록증명서, 기타(해당자)

6.지원 마감일 : 2009년 6월 15일  ※ 조기 지원 적격자 선착순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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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을 적다 보니, 속된 말로 기가 막히고 한숨만 나옵니다. 아무리 영어 몰입식 교육에 올인한다지만, 초중고교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뽑는, 다름아닌 대한민국 정부에서 뽑는 일입니다. 

  여러 분들께서 댓글에서 이미 지적하셨다시피, 지원 자격에 우선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전공' 조건도 없고, 교사 자격증 보유 여부도 물론 없습니다. 동포 2세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나마 문제를 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조국을 알게 하고, 사랑하게 하여, 장차 외국에 나와서도 한국 사람으로 살게 한다, 등등의 명문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그런데 재외동포에게는 오히려 '중학교7학년부터 영어권국가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은 자'라고 자격 요건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보수 및 혜택. 연금과 퇴직금까지 지급한답니다. 초기 정착금에 보험. 21일간 유급 휴가. 게다가 숙소까지….

  지원 서류에는, 건강진단서 같은 것도 하나 없습니다. 범법기록증명서만만 있으면 됩니다.  성도착증 환자인지, 정신질환자인지 변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선착순으로 선발한다니 어떻게 판별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정도의 조건에, 이 정도의 느슨한 자격 조건을 내세우는 것이라면, 그 아래에 '토론토총영사관교육원'이라고만 적혀 있지 않으면, 저는 '사기 광고이므로 속지 말라'고 말할 것입니다. 믿지 못할 정도로 파격적입니다.

  전공이 무엇이든, 정신병력이 있건 없건, 어느 대학을 나왔건, 마약을 하하든 말든, 범법 사실만 없고, 무조건 4년제 대학만 나오면 지원 자격이 됩니다.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뽑을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사람을 동물에 비유해 죄송하지만 아무나 선발될 수 있다는 의미로 쓴 것이니 오해하거나 문제삼지 마시길…).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지원자를  '영어 전공자' 혹은 '영어교사 자격증 보유자'로 제한해야 합니다.  한국말 잘 한다고 국어 교사 될 수 없다는 것, 누구나 다 압니다. 또한 정신병력 같은 것은 없는지, 그것을 엄격하게 점검할 장치를 끼워넣어야 합니다. 
  
  외국인 영어강사가 마약하고 놀아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때, 한국의 젊은 학생들과 이상한 파티를 했다고 하여 큰 뉴스로 뜬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사건이 없었다면 모를까, 이미 있었던 일인데, 왜 외양간이라도 고치려 하지 않는지, 왜 정부에서 하는 일이 이 모양인지, 과연 정부에서 낸 광고가 맞기는 한 것인지, 누가 정부를 사칭하여 낸 광고는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토론토로 이민 오기 전, 종로2가 시사영어학원에서 한 달 동안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강사는 토론토에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했습니다. 이 녀석은 가르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버거킹에 가고 싶어 수업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어째 저런 놈이 선생으로 다 왔나' 싶었는데, 한국 정부는 그런 놈보다 더한 놈을 교사라고 뽑아 내보낼 수도 있겠습니다. 

  정부가 뽑았다는 것은 인성까지 포함하는 교사의 자질과 실력을 한국 정부가 보증하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을 유해 환경에서 차단하겠다고 그렇게 수염을 떠는 나라에서, 어린이 청소년들과 닫힌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는 교사를 어찌 저렇게 개념없이 선발하겠다는 것인지,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 화가 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합니다.

  '캐나다로 이민 가는 사람들'이라는 글은, 그냥 그런 현상이 있다는 내용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그 글을 적다보니, 이런 대형 문제가 드러나더군요. 다음은 위의 글에 실린 어느 영어 선생님의 체험담입니다. 이보다 더 절절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외국에 사는 저도 이렇게 답답한데, 현장의 영어 선생님은 오죽하시겠습니까?



  현재 중고등학교에 들어오는 영어원어민교사들을 4년동안 학교일선현장에서 네 명 만난 영어교사(한국인)입니다. 

첫번째 외국인교사는 수업시간에 문법문제 나눠주고 한시간동안 뒤에 가서 휴대폰 문자보내면서 소일했습니다. 가끔 학생들에게 영어 못한다고 수업시간에 욕하고 그러더니 1년뒤에 대학교에서 모셔가더군요. 갈 때 동료교사들이 자기 안 챙겨준다고 교사들에게도 욕하고 가더이다.

두번째 외국인교사는 처음엔 의욕적이었으나 자신의 학벌에 비해 학생들 수준이 낮다고 피곤해하며 학생들이 떠들면 자길 무시한다며 회화수업임에도 말 못하게 하고 강의식 수업으로 진행하며 강압적인 태도와 체벌을 사용했고요(자기 한국인 여자친구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네요). 

세번째 외국인교사는 어리고 수업을 쉽게 해서 학생들이 좋아했으나 수업을 쉽게하는 이유가 자신이 아는것이 없어서였습니다. 조금만 어려운 지문을 갖다주면 무슨소린지 모르겠다고 하고, 스스로가 교사모임에서 다른 외국인 선생님들의 발언에 주눅들어 있었지요. 

몇년전 제가 사설 회화학원 다닐 때 외국인강사는 '내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내가 교사한다고 하면 안 믿을거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막나갔던 무용담을 말하길 좋아했지요. 가장 많이 하던말은 'I don't know'였고요. 중국이나 일본에 가면 자격이 까다롭기 때문에 한국에 있다고 대놓고 말하던 사람이지요.

네번째 학교에서 지금 동료인 외국인 교사는 나이가 아주 지긋한 분인데 이 분은 학생들에 잘 해주십니다. 하지만 이런 괜찮은 외국인 교사 만나기가 일선현장에서 쉽지 않답니다. 가끔 코리아헤럴드 같은 영자신문에 보면 '외국인 교사 자격 강화해야 한다'라고 뜨는데 정부에서는 오히려 '자격보다는 양적으로 일단 늘리자'는 정책을 현재 펼치고 있지요. 초중고등학교 공교육에 말입니다. 글쓴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영어자격을 떠나서 성격적으로 결함있는 인간도 저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에 잡무없이 숙식제공받고 왕복 비행기표 대주고 모셔와서 그들이 가르친다는건 한 시간동안 'What time is it now?'인걸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영어병의 한 단면을 보는것 같아 씁쓸합니다.